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권력 다툼에 눈먼 여야 정치권의 아귀다툼 속에 작은 희망의 불빛을 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헌법재판관 국회 몫 3명 중 2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게 그것이다. 여야 모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었다. 여야가 추천하는 1명씩을 우선 임명한 것은 6명만 남은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여야 합의 원칙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묘수였다.

최 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또다시 절묘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탄핵으로 직무는 정지됐어도 현직 대통령을 강제로 체포하는 것은 국제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과정의 불법성 논란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설혹 체포영장을 강제로 집행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체포 이후 조사에서 얻을 게 없다. 더구나 이미 관련자 대부분이 기소된 마당에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실익이 크지 않고, 자칫 권력기관 간 충돌로 체포 과정이 유혈 사태로 번진다면 여야 모두 그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모두를 고려할 때, 위헌성 없는 특검법안에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 달라는 최 대행의 요청은 현시점에 국민과 국익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다.

‘총성 없는 내란’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최 대행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통령 권한, 특히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 권한대행이므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소극적 행위 외에는 할 수 없다는 한가한 말이나 할 때가 아니다. 세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1주일 전이다. 러시아의 군사 기술 제공으로 북한의 위협은 더 커질 것이고,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보호무역 관세, 날로 높아가는 기술 패권주의 앞에 우리 기업들은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그런 터에 우리는 이에 대응할 조직조차 못 갖춘 채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최 대행은 우선 공석인 국무위원과 군의 핵심 보직자 인사를 하루바삐 단행해야 한다. 국방·행전안전·법무부 등 정부의 핵심 장관 모두 직무대행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군은 육군참모총장과 정보사·방첩사·특전사·수방사 등 핵심 전력의 지휘관이 모두 공백이다. 계엄 사태 직후 국회 청문회나 방송, 심지어 유튜브에까지 나와 찔찔 짜던 군 지휘부를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 자리에 가장 강단 있는 진짜 군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최 대행의 적극적 인사권 행사에 정치권은 ‘대통령 놀이’를 한다며 반대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 대행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겁박한다. 민주당이 쉽게 최 대행을 탄핵하지는 못하겠지만,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을 수없이 해 온 거대 야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 헌재는 조속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기준을 확정해 권한대행의 탄핵이 반복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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