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기억의 향수’, 91×116㎝,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4.
강혜정 ‘기억의 향수’, 91×116㎝,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4.


‘마음을 담은 병(甁)’이라는 데버라 마르세로의 동화가 색다른 영감을 준다. 요즘같이 격정이 많은 시국에서는 마음들을 저장소에 가두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중 주인공은 감정을 지나치게 밀폐시키는 병을 앓던 중, 어느 날 병들이 모두 깨져 해방감을 맛본다는 내용인데, 우린 그 반대여야 할 것 같다.

사소한 감정의 가닥조차도 무대에 올리듯 화폭 위에 올려놓고, 한 편의 판타지로 승화시키는 작가를 만났다. 일필화가로 알려진 강혜정의 화면은 우리 마음만큼이나 복잡다단하면서도 드라마 같은 서사들을 담고 있다. 과도하게 변형되어 유머러스한 형태, 거침없는 감각적 필치와 생기 넘치는 색조 등이 압권이다.

화면마다 낯선 요소들이 출몰하고 있다. 마치 우리 무의식 어느 구석에선가 웅크리고 있던 것을 끄집어낸 듯하다. 화면 내 형상들은 우연과 필연의 곡예와도 같다. 즉흥적인 것들조차 짜임새에 부합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술 같은 선묘들이다. 언제나 삶을 낙관적으로 노래하는 미의식과 자세에 갈채를 보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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