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신간‘양심’출간
통섭·숙론 이어 새 화두 제시


“양심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지만, 다분히 인지적이고 추상적일 뿐 아니라 일정한 방향을 촉구하는 공동체 기준에 관한 지식으로서 사회적 차원도 지닌다.”

‘통섭’을 시작으로 ‘배움’과 ‘숙론’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해 온 최재천(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양심’을 화두로 가져왔다. 올바르게 사고하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시점, 최 교수는 신간 ‘양심’을 통해 “‘양심’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 대화에서 사라졌다”며 “이처럼 단어 혹은 용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가는 현상은 사회, 문화, 그리고 기술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책을 통해 설명하는 양심의 동기부여는 ‘차마, 어차피, 차라리’다. 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류와 호주제 폐지 운동 등 그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활동들을 추진한 계기이기도 하다. 한 강연에서 생태학자로서 “그동안 관찰해온 자연계에는 호주제도라는 것이 없었다”고 발언한 데에서 시작해 그는 호주제 폐지 운동에 가담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간간이 들었던 여성들의 절규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이래저래 어차피 먹을 욕이라면 차라리 화끈하게 덮어써 보자는 속셈으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심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감각이 아닌 뇌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발달하고 인정과 불인정 속에 변화하는 마음이다. 그는 인간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배경에도 “양심의 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이야기하는 ‘양심’은 단순히 자기 행위를 스스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종종 양심을 따르기만 하면 우리의 선택이 도덕적으로 항상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라 믿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며 “사물의 도리나 이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뜻하는 지혜는 양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중한 덕목”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2013년 제인 구달의 도움으로 설립해 현재는 이사장으로 있는 생명다양성재단의 좌우명인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표현한다” 또한 앎의 노력이 양심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은 그간 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통해 소개한 다양한 일화 가운데 ‘양심’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7편을 선별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신재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