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 영화 2편 ‘스크린 공략’
한국 코미디 영화를 되살릴 수 있을까. 오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라 설 연휴가 6일로 늘면서 극장가에는 기대감이 감돈다. 평소에는 영화를 즐기지 않는 관객도 한 편쯤 보러 갈 법한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고, 극장은 가족이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 2편을 올려놓고 관객을 기다린다.
귀신경찰
故김수미·신현준 ‘母子케미’
맛깔난 욕설대사와 몸개그
‘B급 감성’ 남발은 옥의 티
히트맨 2
권상우, 실감나는 맨몸 액션
재키 찬·주성치 떠오르게 해
신선한 설정·뻔한 웃음 아쉬워
배우 고 김수미가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는 영화 ‘귀신경찰’(24일 개봉)과 5년 전 이맘때 1편으로 240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던 ‘히트맨2’(22일)다.
김영준 감독이 연출한 ‘귀신경찰’은 말 그대로 벼락을 맞고 초능력이 생긴 경찰 민현준(신현준)과 그 가족이 겪는 일을 그렸다. 한평생 순댓국 장사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를 연기한 김수미가 신현준과 짧게 나누는 대화들이 웃음을 끌어낸다. 순댓국은 지겹고 하루쯤은 회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회 맛 나는 순대!”를 권하는 식이다. 김수미의 걸쭉한 욕설 대사도 물론 빠질 수 없는 포인트다. 극의 분위기가 처지는 것 같다 싶으면 어김없이 거친 대사가 튀어나온다. 신현준의 ‘몸개그’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신현준과 김수미는 20년 전 영화 ‘맨발의 기봉이’로 만난 이후 친엄마, 친아들 사이처럼 지냈다. 김수미가 신현준 등에 업혀 환하게 웃는 ‘귀신경찰’ 포스터의 포즈도 ‘맨발의 기봉이’ 그대로다. 신현준은 시사회 현장에서도 김수미를 ‘엄마’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그 얘기가 나오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이 영화는 어머니가 저희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촬영하는 우리도 행복하고 보는 관객도 편하게 웃으면서 가족애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전 김수미의 말도 전했다.
다만, 진짜 모자 관계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두 배우의 연기 호흡에도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아쉽다.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기까지의 전개 속도가 느린 데다, 그 능력을 발휘해 극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도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B급 감성’이겠거니 웃으면서 넘어가려 해도, 관객 표정을 정색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김수미의 연기가 그리웠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원섭 감독의 ‘히트맨2’는 일단 1편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한때 국가정보원 요원이었던 김수혁(권상우)이 ‘준’이라는 필명으로 웹툰 작가로 활동하며 그린 ‘암살요원 준’이 흥행하지만, 새로 연재한 후속 웹툰은 폭삭 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웹툰 작가가 된 암살 요원이라는 설정 자체로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 1편에 비해, 더 실감 나는 액션 장면들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2편의 각오다.
권상우가 스턴트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몸을 썼다는 후문은 ‘재키 찬’(청룽)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권상우는 “평소 주성치와 재키 찬 영화를 좋아한다”며 “‘히트맨2’에도 그런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소 뻔한 코미디 요소의 반복으로 신선한 설정의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등 원년 출연진이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반갑고, 김성오가 프랑스 유명 미술품 컬렉터 역할로 2편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이들 코미디 영화뿐 아니라 미스터리물인 ‘검은 수녀들’(24일), 판타지 장르의 ‘말할 수 없는 비밀’(28일) 등 한국 영화들이 엿새간의 설 연휴를 앞두고 앞다퉈 개봉한다. 장르가 다양한 만큼 극장을 찾는 발길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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