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23) 후원자가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의 ‘내가 그린(green)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초록우산을 쓰고 촬영한 기념사진. 초록우산 제공
김미란(23) 후원자가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의 ‘내가 그린(green)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초록우산을 쓰고 촬영한 기념사진.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초록우산 ‘내가 그린 멘토링’ 동참 김미란 후원자

8~18세 11명 ‘1대1 멘토’ 지정
주1회 10번… 두달반동안 진행

“상처에 대한 공감·위로로 시작
감정 일기 등 다양한 활동 진행
20대인 나도 성장하는 계기 돼”


지난해 7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김미란(23) 후원자는 학대 피해 아동 A 군과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초록우산이 학대 피해 아동들을 위해 마련한 ‘내가 그린(green)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만남 초기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였던 A 군이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타인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불안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김 후원자는 “그 순간 아이 자신이 충분히 이해받고,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듣는 사람’으로서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저의 진심이 아이가 슬픈 세상의 출구를 찾고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멘토링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초록우산이 그린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학대 피해 아동을 1대1로 만나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동이 아동보호시설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시설 상담원 한 명이 여러 사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아동이 주변의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초록우산이 강원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그간 사례관리 중이었던 8~18세 아동 11명을 대상으로 각 성인 멘토 한 명씩을 배정했다. 김 후원자도 이를 통해 A 군을 위한 멘토링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나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멘토가 된 김 후원자가 지원했던 학대 피해 아동이 지난해 7월부터 자기소개 및 감정 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멘토가 된 김 후원자가 지원했던 학대 피해 아동이 지난해 7월부터 자기소개 및 감정 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프로그램은 총 10회기로 매주 1회씩 총 두 달 반 동안 진행됐다. 김 후원자는 “아이가 가진 상처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보내는 데서 시작해 어떻게 하면 아이가 멘토링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행복한 추억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는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감정 일기장 쓰기’에서부터 세상 속 행복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감사 일기장 쓰기’ 등이 포함됐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와 만들기 활동도 진행했다. 김 후원자는 무엇보다 “10회기를 멘토가 자율적으로 기획할 수 있던 덕에 내가 아이에게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후원자에게 멘토링은 아이들 돕는 동시에 20대인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후원자는 “평소에는 그냥 흘리듯 넘겼을 말들도 ‘간직해 두었다가 아이에게 알려줘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 삶 자체가 변화하는 느낌이었다”며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지혜, 고민과 공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원자는 마지막 회기에 A 군이 조금 신난 듯한 목소리로 ‘꿈을 찾았다’라고 이야기해준 날의 기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A 군은 커서 상담사가 되고 싶다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평소 “뉴스에서 학대를 당한 아이의 모습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던 아이의 마음이 상담사라는 꿈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김 후원자는 “나를 온전히 믿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원자는 끝으로 “사랑을 주는 방식에는 봉사활동이나 멘토링, 아이들을 위한 후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우리가 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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