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회장賞 - 박나연 용신중 학생
To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엄마, 저는 어릴 적에 화려하고 자기를 뽐내기 바쁜 꽃들보다 수수한 민들레를 더 좋아했어요. 민들레는 차가운 아스팔트 길에서도,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혼잡한 학원 길에서도, 뿌연 먼지가 가득가득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운동장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수수한 꽃내음을 품고 피어 있거든요. 전 이 민들레가 마치 엄마 같았어요.
엄마는 충분히 자신을 꾸미고 뽐낼 수 있었던 엄마만의 시간을 철부지인 저에게 쏟아부으셨죠. 장난감 사달라고 징징거리던 저를 어르고 달래고, 말썽만 피우고 말을 듣지 않던 저를 보듬어주셨어요. 어디선가 장난치다 다쳐오면 엄마는 저보다 더 속상해하셨고, 유치하게 행동하는 저를 늘 꼭 안아주셨어요.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제 마음 한구석에 엄마의 민들레 홀씨가 하나씩 안착했어요. 엄마가 달래줄 때면 참고 참아 꽉 차 있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와 그 홀씨에 물을 주었고, 엄마의 포옹은 따스한 햇볕으로 어둠을 밀어내고 맑은 하늘을 만들어줬어요.
집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던 엄마, 먼 곳에서 일해 집에 없는 아빠의 몫까지 내게 해주려는 엄마, 가끔은 술에 취해 하소연하는 아빠와 다른 지역에서 기숙 생활을 하는 언니의 고민을 다 들어주던 우리 엄마. 그런 엄마께 저는 매일 짜증만 부렸어요. 엄마는 티를 안 냈기 때문에 상처받는 아주 여린 사람이란 걸 까먹었었어요. 엄마의 연락을 무시하고 친구들이랑 놀다 돌아온 그날의 분위기는 왠지 이상했어요. 오후가 돼서야 처음 올려다본 엄마의 두 뺨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온 집 곳곳은 엄마의 슬픔이 느껴질 정도로 어두웠어요. 그 어두운 우리 집은 작은 엄마 때문에 커 보여 금방이라도 엄마를 집어삼킬 것 같았어요. 전 ‘엄마’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이경분’이라는 사람을 잊고 살았나 봐요. 어릴 적 제게 엄마는 모르는 것이 없던 백과사전과 같은 분이었어요. 하늘이 왜 파란지 두 번 세 번 똑같은 질문에도 항상 미소 지으며 제게 알려주셨고 아무리 바빠도 제가 말을 걸면 허리를 숙여 내 목소리가 더 잘 닿게 해주셨어요. 전 왜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말에도 유통기한이 있대요.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을 하라는 글이었어요. 전 앞으로 그 유통기한을 지킬 거예요. 제게 엄마는 매우 자랑스러운 분이에요. 그리고 부끄럽지 않아요. 제가 한때 촌스럽다고 했던 엄마의 곱슬머리도, 얼굴에 진 주름도 전부 예뻐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민들레 우리 엄마, 사랑하고 항상 미안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해요.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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