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경찰에 고함
반대편, 警 영장집행 ‘응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대통령경호처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으며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관저 앞 체포 찬반 집회 현장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열하거나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도로 점거까지 시도했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공수처·경찰이 저지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환호했다.

영하권 한파가 몰아친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는 체포영장 집행과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만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 모여 “대통령을 지키자”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집행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많이 나오자 관련 단체들은 일찌감치 지지자들에게 ‘새벽부터 모이라’며 집결을 독려한 상황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성조기를 들었고, 밤새 현장을 지킨 이들은 은박지 담요를 둘렀다. 연단에선 “계엄령은 합법이다” “이재명을 구속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관저로 향하는 한남초 인근에 경찰이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자 일부 참가자들이 “밀고 들어가자”며 언성을 높인 반면, “폭력을 선동하지 말라”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오전 8시쯤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화집회를 강조하던 현장 분위기가 한층 격앙되며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이게 나라냐”며 통제하는 경찰에게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일부는 경찰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밀어내며 관저 쪽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했다. 태극기를 든 채 오열하는 시민,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다. 수십 명의 지지자들은 한남초 앞 대로에 드러누워 항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길 거부했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서도 “빨갱이” 등 욕설을 내뱉는 이들이 있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과 체포를 주장하는 진보 집회 참가자 약 250명은 영장 집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특급 범죄자 김건희 즉각 체포’를 외치는가 하면, 공수처와 경찰의 영장 집행에도 응원을 보냈다. 경찰은 이날 관저 주변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54개 부대 3200여 명을 배치했다.

이날 오전 관저 인근 한남대로는 양방향이 경찰 버스 차벽과 집회 시위 인원으로 인해 모두 통제됐다. 관저 인근인 볼보 빌딩 앞 장충동 방향 차로는 2개 차로가 차단됐고, 반대편 북한남삼거리에서 한남오거리로 향하는 2개 차로도 통제됐다.

오전 8시 기준으로 관저 앞 한남오거리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1㎞ 거리는 시속 10㎞ 수준의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같은 시간 도심 전체속도는 시속 19.2㎞, 서울시 전체 속도는 시속 21.7㎞였다.

조재연·노수빈·조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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