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 영장 집행 직전 촬영된 영상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 영장 집행 직전 촬영된 영상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 출석 앞서 “모든 法 무너졌다”

尹 “수사기관 거짓공문서 발부
국민 기만 ‘불법의 불법’자행”

정진석 “尹, 끝까지 싸울것” 전언


내란수괴 혐의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 무효’이지만, 경찰과 경호처 등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 혐의나 공수처 수사 정당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만큼, 체포 적부심을 청구하는 등 공수처 수사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2차 체포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예외 조항이 없는데 불법적으로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에 들어온 점,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는 등 ‘판사 쇼핑’을 한 점 등을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됐다’고 짚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수처 수사에 응하는 것이 범죄 혐의를 인정하거나 수사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둘러싼 지지자들의 시위 등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한 여권 지지율이 상승하는 점, 지지자들이 강추위에도 관저 앞 집회에 나선 점 등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대통령은 애초 자진출두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충돌을 막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주장하는 ‘체포’가 아닌 자진 출석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긴급 수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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