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의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부상병 2명이 현지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 포로들에 대한 초기 조사 내용이 공개되면서 북한군이 처한 비인도적 실상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우선, 북한이 파병 사실을 숨긴 채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전쟁터에 내몰았다는 게 확인됐다. 최근엔 ‘드론받이’ ‘인간 지뢰제거기’로 소모되고 있는 사실도 파악됐다. 생포된 병사들은 “실전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관련해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차출 부대 소속 병사를 대상으로 입단속”을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참전 사실이 알려진다면 파병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던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소식을 가족들이 영문도 모른 채 들어야 하는 ‘반(反)인륜’으로 몰아넣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파병 사실을 알 권리,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고 들을 권리를 침해한 까닭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부상한 동료를 처형해 증거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며 “생포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토로했다. 생포된 군인 역시 ‘낙오돼 4∼5일간 헤매다 붙잡혔다’고 했다. 러시아군에 먼저 발견됐다면 방치되거나 처형됐을 것이다. 이 증언은, 부상병의 상태 개선 등 인도적 처우를 명시한 제네바협약의 중대한 위반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에 대해 거짓말을 해 왔기에 두 병사의 증언은 의미가 각별하다. 김정은은 러시아 파병 대가로 매월 330여억 원(병사 1인당 평균 2000달러)을 챙겨 사치품 구입 및 탄도미사일 도발 자금으로 사용한다. 악마와 거래하면서도 병사들을 속였을 뿐 아니라, 부상 등에 의해 이용 가치가 떨어진 병사는 가차 없이 내팽개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적으로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은 2023년 9월쯤부터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함으로써 더러운 전쟁을 방조 또는 기여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급기야 지난해 10월부터는 북한군 파병을 통해 침략자의 전쟁 승리를 위해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러시아 군인이 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상급자 책임을 물어 푸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범인 김정은에게도 해당하는 죄책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열리는 제58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두 병사를 증언대에 세워 러·북 지도자의 추악한 전쟁범죄 연대와 북한군에 자행된 반인도적 참상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생포된 북한 병사들은 지금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 아래 있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긴 하지만 현 단계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럴지라도 낙오병이나 탈영병이 한국행을 원하면, 인권 보호 및 인도적 차원에서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적절한 때 우크라이나 정부와 조용히 외교 교섭을 시작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