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트럼프 시대’- (3) 美우선주의 내세운 ‘투트랙’ 경제정책
高관세 부과 ‘통상 전쟁’
월가 출신 러트닉, 상무 내정
“미국, 관세만 있던때 가장 번영”
1기때 대중무역 관여 그리어
‘무역 차르’ USTR 대표 지명
미국 내선 ‘혁신과 감세’
정부효율부에 기업인들 중용
머스크·라마스와미 공동수장
‘페이팔 마피아’ 틸 등 영향력
밴스를 부통령에 추천하기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20일)을 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14일(현지시간) 관세 징수를 위한 별도의 정부기관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대선 때 공약했던 보편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엄청난 규모의 무역 적자 폭을 줄이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부양책을 펴는 ‘투트랙’의 경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도로 구축해 온 자유무역 기조, 그리고 그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제도가 무력화되는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제·통상부처와 관련 정부기관의 수장에는 관세옹호론자들을 대거 기용하는 한편, 공식·비공식적으로 실리콘밸리 빅테크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역할 맡을 러트닉과 그리어 = 고율의 관세 부과를 무기로 휘두르는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뒷받침하는 관세옹호론자이자 보호무역주의와 대중 무역 전쟁을 지휘했던 행동대장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그 역할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그리고 라이트하이저의 비서실장 출신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후보자가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이자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러트닉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대선 기간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 가장 번영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관세중시론자다. 그리어 후보자의 귀환을 두고 사실상 라이트하이저의 ‘복귀’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대중국 무역 전쟁에 깊이 관여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대체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재무장관 후보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스콧 베센트 역시 관세옹호론자로 분류된다. 단 그는 관세의 점진적 부과 방안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정도로 관세 정책에 있어 극단적 ‘매파’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지명된 케빈 헤셋,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내정자 스티브 미런 역시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적인 관세정책 옹호론자다. 1기 행정부에서 CEA위원장이었던 헤셋 내정자는 당시 공화당의 감세 정책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방어하고 관철시켰다. 1기 때 재무부 경제 정책 고문이었던 미런 내정자는 “관세 정책은 세계 무역 및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기 행정부에서 경제 정책에 관여했던 이들 중 관세 정책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중용되는 구도이기도 하다.
◇2기 행정부 핵심 된 빅테크 출신 =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실리콘밸리와 빅테크 기업 출신 인사들의 중용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인 최첨단 산업 정책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혁신과 규제 철폐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JD밴스 부통령 당선인부터가 실리콘밸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 인물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 CEO는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온갖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사저인 마러라고에서 이뤄진 주요 인선 작업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도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 경력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맡진 않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로 꼽히는 게 페이팔 공동창업자 출신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CEO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돌아선 마크 앤드리슨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 공동창업자다. 이들은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틸 CEO는 머스크 CEO 등이 포함된 ‘페이팔 마피아’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며 실리콘밸리 내 보수주의 그룹을 이끈다.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로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맡을 마이클 크라치오스도 페이팔 마피아로 분류된다. 앤드리슨은 대선 후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깊은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료였던 스콧 쿠퍼는 인사관리국(OPM) 국장으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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