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지 이틀째인 16일 오전 윤 대통령이 구금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안으로 대통령 경호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백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지 이틀째인 16일 오전 윤 대통령이 구금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안으로 대통령 경호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체포후 공수처 조사 진행상황

“권한행사… 내란죄 성립 안돼”
마지막 담화 같은내용 재강조

연기한 오후조사 돌연 출석거부
尹측, 의견서 제출로 대신할듯
공수처,침묵해도 혐의입증 자신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 초기 단계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6일 예정된 오후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수처 수사는 불법”이라며 돌연 출석을 안 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오전 조사 초반에 ‘비상계엄은 정당한 권한 행사이고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내용은 윤 대통령이 앞서 공개한 담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조사에서 전날 조사에서 하지 못한 질문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돌연 입장을 번복해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조사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200여 페이지가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는데, 전날 진행된 오전·오후 조사로는 준비된 질문지를 전부 소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공수처가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강제인치(강제연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체포 시한이 17일 오전 10시 33분인 만큼 강제인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공수처는 질문지에 대한 답이 없어도 확보한 증거자료와 진술 등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오전 조사를 오후 2시로 미뤘으나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공수처의 위법한 조사에 응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면서 출석 자체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조만간 의견서를 제출해 공수처 측 질문에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조사는 공수처 청사 3층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오전, 오후 조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 조사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 주도하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쯤까지 진행됐고, 오후 조사에는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참여해 오후 2시 40분부터 9시 40분까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이름, 주소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 인정신문을 포함한 공수처 측의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침묵했다. 조사에 참여한 공수처 검사들은 윤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됐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영상녹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검찰 조사 당시 영상녹화를 거부한 바 있다. 오후 9시 이후에 진행되는 심야 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긴급한 사정을 고려해 피의자 동의 없이 심야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며 밤샘 조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결국 별도의 심야 조사 없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강한·이현웅 기자

관련기사

강한
이현웅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