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왼쪽)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왼쪽)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직접 검토·삭제정황 많아
“법리적으로 의미 없는 주장”


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발표된 계엄포고령 1호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권 시절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윤 대통령이 포고령 작성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수사에서 드러났는데도 김 전 장관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14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62쪽 분량의 2차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는 김 전 장관이 국회 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 계엄 예문을 그대로 필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적 절차를 지킨 후 국회 해산 결의 시 신속하게 계엄을 종료하려 했는데 김 전 장관이 잘못 베껴 적은 탓에 의도치 않게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측은 해당 문구에 대해 “윤 대통령의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며 “포고령의 표현이 미숙했다” 등의 설명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포고령 1호는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이 이를 김 전 장관 탓으로 돌린 것은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을 부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 1호가 의도가 아닌 ‘실수’라며 “실제 국회 활동을 전반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 계엄이 유지되는 동안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으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포고령을 검수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김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며 윤 대통령이 포고령에서 ‘야간 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실제로 국회 활동이 금지됐다는 증거가 파다한 상황에서 법리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한 것에 대해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답변서에는 “소규모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는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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