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빈으로 와 술냄새 풍기고
학생들에 “전체 일어서” 강요
아산시의회 의장 자진 사퇴
아산·서천=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충남 시·군의회 의장들이 모여 혈세로 평일 대낮에 술을 마시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아산시의회 의장이 지역 고교 졸업식장에서 ‘취중 추태’를 부리다 사퇴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참사, 민생경제 위기 등의 와중에 지방의회 지도부가 보이는 ‘나 몰라라’ 행태에 주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16일 아산시의회는 지역 고교 졸업식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음주 축사’를 해 물의를 빚은 홍성표(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의회 의장이 지난 14일 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장은 지난 10일 오후 열린 고교 졸업식에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하는 과정에서 술 냄새를 풍기고 학생들에게 “전체 일어서”라고 지시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홍 전 의장은 이날 아산에서 열린 충남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월례회를 마친 뒤 오찬장에서 동료 의장들과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행사에는 시·군의회 의장 14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마신 술은 한산소곡주로,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경제(국민의힘) 서천군의회 의장이 특산품이라며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시의회 관계자는 “이날 식당에 술을 주문하지는 않았고, 외부에서 가져온 한산소곡주 4병을 의장단 식사 테이블에 올렸다”며 “모두 마개를 개봉해 남은 술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찬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됐다. 수행원까지 총 64명의 식대로 156만 원이 나왔고, 협의회 회비와 의장 업무추진비가 지출됐다. 아산시의회는 의장단협의회 1년분 회비로 10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역 특산물 홍보 차원에서 소곡주를 선물하는데, 건배용 등으로 소량 사용된 것으로 안다”며 “의장단 상당수가 여성이나 고령자라 대개 술을 거의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민망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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