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보는 물고기
고다 마사노리 지음│정나래 옮김│글항아리


‘자기 인식’은 인간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로 인간과 일부 유인원만 가능하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물고기도 거울을 볼 수 있다고, 즉 자기를 인식한다고 주장한다. 진짜일까. 과연 어떻게? 인류학자와 영장류학자의 권위에 맞선 새로운 과학적 진실을 좇으려면, 우선 침팬지의 자기 인식 실험부터 이해해야 한다. 유인원이 자아를 의식한다는 사실도 오래된 상식은 아니다. 동물이 간혹 높은 지능을 보여줘도, ‘마음’까지 있는 건 아니라고 여겨졌다. 이를 뒤집은 것이 바로 고든 갤럽 교수의 ‘마크 테스트’다. 갤럽 교수는 침팬지 네 마리를 거울 앞에 세운다. 처음에는 모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울 속을 관찰한다. 열흘 뒤 침팬지들의 이마에 빨간 마크를 표시하고 다시 거울을 보여줬는데, 모두 자기 이마의 마크를 만졌다고 한다.

저자는 마크 테스트를 물고기들에게 실행한다. 다른 물고기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 먹는 청줄청소놀래기가 대상이었다. 수조 안에서 처음 거울과 대면한 이들은 침팬지가 그랬듯 거울을 세차게 공격했다. 이틀이 지나자 공격 수가 줄더니, 사흘째 되던 날엔 배를 위로 한 채 헤엄치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저자는 이것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행동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이 되자, 이들은 공격을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드디어 실험의 날. 저자는 기생충처럼 보이는 갈색 마크를 이들의 턱 밑에 표시한다. 거울을 본 청줄청소놀래기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를 떼어내겠다는 듯 모랫바닥에 턱 밑을 비비며 몸부림쳤다. 물고기가 자신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책에는 생생하고 치열한 실험의 현장이 오롯하다. 저자는 실험 전후, 해석 단계까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물론, 결과 발표 후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갤럽 교수는 거울상을 이웃으로 인식한 정보 전달 행위였다면서 실험 결과를 부정했다. 저자는 지적들을 받아들이고 다시 빈틈없는 실험으로 반론을 이어나간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물고기가 자기 인식을 한다’ ‘물고기도 생각을 한다’를 인정하거나 거부하는 것보다, 성실한 여정 끝에 새로운 진실을 획득하는 한 물고기학자의 과학적인 대응과 인간적인 태도를 눈여겨보기를. 그때 ‘인간만이 사고의 주체는 아니다’라는 본질적이고 겸손한 진실에 우리 모두 다다르게 될 것이다. 264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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