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의 실수’는 중국산 제품이 의외로 뛰어난 완성도를 갖고 있을 때 붙이는 표현이다. 그 원조는 2010년의 사운드매직 PL30이다. 2만 원대 착한 가격의 이어폰이 역대급 음질을 뽐내며 ‘대륙의 명기’로 올라섰다. 이후 DJI의 드론, 샤오미의 스마트폰 등이 꼬리를 물었다. 요즘 ‘대륙의 실수’ 상징은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로보락’이다. 진공 흡입에다 물걸레 청소, 걸레 세척과 건조까지 다 알아서 하는 150만 원대 고급 제품이다. 뒤늦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 제품을 내놓았으나 역부족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호응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 기업들은 올 들어 아예 집단 공습에 나섰다. BYD는 3000만 원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토3’, 샤오미는 최신 스마트폰 ‘14T’, TCL은 QLED TV를 내세워 떼 지어 몰려드는 중이다. “싼 게 중국산”은 옛말이다. 지리차는 볼보, 하이얼은 미국 GE 가전사업 등을 인수하며 품질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시진핑 주석이 집중적으로 미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에 밀려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중국 전기차가 수입되면 미국 자동차 회사는 다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당황한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45%, 미국은 100%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BYD가 한국 등 대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미·유럽의 관세 폭탄과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를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산 공습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정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과잉 생산이 넘쳐나고, 그 돌파구로 저가 수출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런 ‘디플레이션 수출’은 상대 국가를 자극하고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지난달 중국산 석유수지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때렸고, 열연강판과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제 시작일뿐, 앞으로 전면전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산 가전은 폄하가 아니라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다”(조주완 LG전자 사장), “중국 제품을 보며 하루하루 더 절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LS그룹 구자은 회장)…. ‘대륙의 실수’가 어느새 ‘대륙의 실력’을 넘어 ‘대륙의 공포’까지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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