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尹 헌재 심리와 수사 열차 출발
정치권은 포스트 윤석열 관심
대선 빨라질수록 李 대표 유리

野 지지율에 못 미치는 李 한계
포비아 강력… 보수 결집 이유
尹에 질린 국민 李 집권도 걱정


12·3 비상계엄 이후 두 개의 ‘정치 일정’ 열차가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14일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매주 두 차례 변론기일을 가질 예정인데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기피신청이나 1주일에 두 번 열도록 한 심리기일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이의 제기도 모두 기각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 이전에 결정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러면 6월 대선이다.

윤 정권은 사실상 앙시앵레짐이 됐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윤 대통령은 심판받겠지만, 문제는 ‘포스트 윤석열’ 고민이다. 대한민국 국격은 한없이 추락하고 경제적 손실은 수백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부심을 가졌던 2030 세대의 충격은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6·25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12·12사태와 5·18 및 6·10 민주화운동 등 고비마다 국민은 국격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이번 12·3 계엄 사태도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 될지, 이제 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여론 지형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이변이 없는 한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또 이재명 대표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시간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 한국갤럽조사(14∼16일)에 따르면 ‘여당 후보 당선’이 40%, 야당 후보 당선은 48%였다. 이 대표에 대한 선호도도 당지지율에 미치지 못하지만 31%로 독주한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다.

문제는 이런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만들 대한민국의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는 국민이 많다는 점이다. ‘이재명 포비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두려움이 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하는 이유도,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것보다 민주당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바람에 따른 보수 대동단결 측면이 강하다. 우선,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이런 범법(犯法) 기록을 가진 야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5개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 대통령이 나오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처럼 사면할 방법도 없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소추가 되지 않지만, 진행 중인 재판을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 대법원이 재임 중 대통령에게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면 바로 내려와야 한다.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리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혹시 이 대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가능성은 있다. 대법관을 늘리는 것은 법으로 가능하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셈이다. 지금은 한남동 앞 시위대가 많지만,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법원 앞이 단골 시위 장소가 될 것이다.

이 대표가 당선된다면, 문재인 정권 후반기처럼 입법과 행정을 모두 장악한 ‘슈퍼 정권’이 탄생한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모든 법안은 발효될 것이다. 수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 등을 비롯해 포퓰리즘 법안이 통과된다. 검찰은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문 정권 말기에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수완박’ 때문에 엄청난 혼란을 겪고도 이 대표와 검찰의 악연을 생각하면 보복은 피할 수 없다.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사면·복권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의원 몇 명만 포섭하면 ‘맘대로 개헌’도 가능하다.

친중·친북 정책도 구체화할 것이다.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는 이 대표와 중국 봉쇄전략을 강화하는 트럼프 행정부 간의 갈등이 자칫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계엄 사태로 기본권이 정권에 의해 제약·박탈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국민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그런데 민주당은 개인이 일상적으로 쓰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내란 선전’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가짜뉴스 기준부터 모호한데 중국처럼 무차별 단속을 한다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런 국민적 포비아를 해소하긴커녕 키우고 있으니, 집권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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