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청구는 16일 밤 기각됐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공조수사본부 수사관들이 대통령 체포영장에 종이 조각을 붙이고 55경비단장 관인을 직접 찍은 사건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 및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독수독과(毒樹毒果)의 당연한 확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지난 15일) 오후 4시24분쯤 다시 55경비단으로부터 ‘대통령경호처 출입승인 담당 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공수처가 적어도 체포영장 집행 전날, 대통령 관저에 출입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제110조 및 제111조 소정의 승낙 즉 적법 요건 부존재(不存在)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공수처가 55경비단으로부터 전자 공문을 받기 2시간쯤 전인 오후 2시25분께에 수신한 것이라며 공개한 공문은, 종이를 오려내어 덧대고 수사관이 55경비단장으로부터 넘겨받은 관인을 그 위에 두 번에 걸쳐 날인한 것이었다.
게다가 ‘수신한 것’이 아니라 ‘획득한 것’이었음에도 마치 양측이 정상적으로 전자공문을 서로 주고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 그리고 이제는 “55경비단장은 공수처와 국수본의 각 공문을 충분히 열람하고 이해했다. 그의 동의를 받아 공문에 간인(間印)과 날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경비단장이 돌아가서 바로 ‘수사 협조를 요청하신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며, 동시에 국가보안시설 및 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우리 기관에서 단독으로 출입에 대한 승인이 제한된다. 따라서 대통령경호처 출입승인 담당 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낸 이유는 뭘까. 이쯤 되면 자신에게는 출입승인 권한이 없다며 거부하다가 압박에 못 이겨 부하에게 관인을 가져오게 했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수사관에게 관인을 건네줬다는 55경비단장의 말에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길어지는 해명은 종이 오려 붙이기와 관인 임의 날인으로 공문서를 위조한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 사건을 단순한 절차상의 실수나 무지에 대한 비판 정도로 넘겨선 안 된다.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은 엄중한 법적 단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공수처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상의 규정을 멋대로 위반해 확보한 신병을 통해 작성된 조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박탈해야 한다.
영장주의, 적법 절차를 우습게 아는 선례가 남아선 안 된다. 많은 국민은 탄핵 정국 속에서 물리력까지 거머쥔 무소불위의 괴물 수사기관의 합법적 도래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공안경찰’의 무지막지한 행태를 보인 공수처와 국수본 관련자들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