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 곳곳의 허점이 드러났다. 현직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이 1987년 개헌의 아버지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태이기도 하지만, 국회 압도적 다수당의 관례와 상식을 벗어난 독선 독주에 헌법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어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이 이뤄지면 탄핵 조항도 꼼꼼히 손봐야 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 맞고 헌법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다수당이 아전인수로 법을 해석하는 바람에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를 가정해 만들어야 하는 지경이 됐다.

우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부터 정리해야 한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니 권한대행 탄핵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그 당 출신 국회의장은 일반 탄핵 기준인 재적 과반(151석 이상)이 맞는다며 192명이 찬성한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 가결을 선언했다. 후임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도 야당이 겁박하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빨리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가결 기준을 정리해줘야 하는데, 지난 13일 한 총리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 헌재가 다음 달 5일 2차 기일을 예정하는 등 전혀 서두를 기색이 없다.

탄핵소추된 공직자는 헌재 심판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헌법 제65조 3항도 문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29건 발의해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중앙지검장 등 13건을 통과시켰는데 대부분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한 게 없어 보인다. 직무정지만을 노린 정략적 탄핵소추를 막기 위해선 대통령 이외의 탄핵소추 가결 정족수도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어렵게 하거나,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만으로 직무가 정지되지 않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84조는, 기왕에 재판을 받던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중지되는지 아닌지 새로 규정돼야 한다. 선거법 위반 등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에 당선되면 큰 논란거리다.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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