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유리창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파손되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유리창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파손되어 있다. 뉴시스
"의견 대립 있지만 폭력 없다"던 정부 설득 힘 잃어
대외 신인도 타격 클 듯



외신들도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에 대해 잇따라 타전했다. 비상계엄과 잇따른 정치적 소요 사태에도 "의견 대립은 있지만 폭력은 없다"고 호소해 온 정부의 노력도 빛이 바래면서 대외 신인도에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찰에 따르면 현지시간 오전 3시쯤 수십 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건물로 들이닥쳐 창문과 문을 부수고 법원 입구를 지키던 경찰들에게 소화기를 터뜨렸다"면서 "이번 충돌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의회에 군을 파견한(계엄령을 내린) 이후 촉발된 정치적 위기의 가장 최근 국면"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강경 지지자 중 다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추종자들의 문장을 가져와 미국 국기를 들고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는 문구가 적힌 영문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면서 "이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2021년 1월6일 미 국회의사당을 습격했을 때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파손된 시설물들과 집기 모습.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파손된 시설물들과 집기 모습. 뉴시스
AFP도 "수만 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요일에 법원 밖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정지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외쳤다"면서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내려 한국을 수십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시위대가 정문을 지키는 경찰에게 소화기를 쏘고, 법원 사무실 안으로 몰려들어 사무실 장비, 설비, 가구 등을 파괴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대외 신인도에도 충격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12·3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 안정과 국가신용도 유지를 위해 해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 두 차례 만나 "모든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평사들도 대체로 이 같은 정부 설명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의견 대립은 있어도 폭력은 없다’는 한국의 호소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다. 당시 미국 정부 회계사무소는 의회의사당 폭동으로 미국 경제가 27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해 폭력 난동을 부린 윤 대통령 지지자 86명을 연행했다. 이들은 18개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받고 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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