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신변보호 강화조치 강구
난동 재발방지대책 수립 착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사태를 벌인 데 대해 사법부는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20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진행했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심화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집단폭력까지 현실화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대법원 청사에서 긴급 대법관회의를 주재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한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에서는 서부지법의 피해 상황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직원들의 트라우마가 큰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대법관회의에서 대법관들 대부분이 30년 이상 법관 생활 중 미증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법치주의 무시가 일상화할 때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참석한 대법관들도 우려를 표하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서부지법 폭력사태가 발생한 전날 이른 새벽부터 상황을 주시하며 온라인을 통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같은 날 오전 대법원에서 비상대책회의도 열었다. 이 회의에는 천 처장을 비롯해 배형원 행정처 차장과 실장급 간부, 관련 심의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법원은 윤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차 부장판사는 20일부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이후 천 처장은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올린 ‘서울서부지법 사태에 관해 드리는 말씀’을 통해 “폐허처럼 변한 서울서부지법 당직실 등의 모습은 단순히 청사가 파손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의 근간과 사법권능에 대한 전면부정이자 중대한 침해 그 자체였다”며 “서울서부지법이 하루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 보강 및 시설 복구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선 판사들도 “이유를 불문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려 한 행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사법부 차원에서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선형·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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