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완(왼쪽) 이사장이 작년 3월 코트디부아르 아버지학교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영어로 말하면 통역자가 현지어로 옮기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제공
최성완(왼쪽) 이사장이 작년 3월 코트디부아르 아버지학교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영어로 말하면 통역자가 현지어로 옮기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제공


■ 30주년 맞아 8월‘세계대회’여는 최성완 두란노아버지학교 이사장

“아버지는 세대와 세대 이어줘
최근 출산율 저하시대 꼭 필요
부부간 소통 등 5주 프로그램
‘존경받는 아버지’비결 가르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덮고 있는 우울한 기운을 쫓아내고 희망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정에서부터 아버지들이 책임을 다하는 게 기본입니다. 일상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최성완(68) 두란노아버지학교 이사장은 19일 이런 믿음을 피력했다. 아버지학교는 가정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고 아버지의 바람직한 정체성과 역할을 제시하는 남성 전문 교육기관이다. 1995년부터 시작해 올해 30주년을 맞는다. 당초 기독교인 모임이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종교를 넘어선 사회운동으로 확산했다. 기업, 관공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늘었다. 군부대와 교도소에서도 아버지학교를 열고 있다.

“현재 세계 77개국에 아버지학교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출발해 세계 각국으로 퍼져서 아버지들을 각성시키고 가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올해 30주년을 맞아 오는 8월에 서울에서 세계 대회 ‘파더 블레싱(Father Blessing)’을 열 예정입니다. 국내 수료자와 그 가족은 물론, 한국 방문을 고대하는 해외의 아버지학교 봉사자들에게 뜻깊은 축제가 될 것입니다.”

국내 75개 지부는 2∼6월 30주년을 기념하는 ‘홈커밍 가족챌린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함께 걸어온 30년과 함께 걸어갈 30년’이라는 주제로 트레킹, 등산 등 다양한 방식의 챌린지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버지학교는 주 1회 만남으로 4∼5주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아버지와 남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참여자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또 자녀들에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과 언어, 성문화 등에서 자신은 어떤 남성인지도 되돌아본다. 마지막엔 아내와 함께 부부간 소통의 모습을 성찰한다.

“프로그램을 수료했다고 바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 가정이 주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지요. 학력, 권력, 재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를 계기로 아버지와 20여 년 연을 끊었던 사람도 아버지를 다시 찾고, 자녀와 대화가 안 되었던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관계를 회복하는 등의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최 이사장은 비혼, 출산율 저하가 문제가 되는 시대에 아버지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1999년에 수료했는데, 그 이후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하는 분이 많아요. 좋은 가정이 세상에 늘어야 내 자녀들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최 이사장은 미국 네바다대를 졸업한 후 1989년부터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실에 재직했다. 지난 2021년 퇴직할 때까지 휴가 때는 아버지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해외의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돕기 위해 세계 각국을 방문했다. 일본, 대만, 몽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뉴질랜드, 피지, 통가 등을 찾았다. 아프리카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케냐, 에티오피아, 코트디부아르,우간다, 보츠와나 등이 그 목록이다.

“남아공에선 현지 흑인 무당이 가정 폭력이 심해서 법원으로부터 가족 접근 금지 처분까지 받은 상태였는데, 아버지학교를 마치고 주술 도구를 모두 불태우고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각국에서 그런 사례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절실히 느낀 것은 아버지 위상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무책임으로 인해 가정에서 불신을 받는 이들이 많은 것이지요. 그러니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존경받게 되면 세상은 자연스럽게 밝아질 것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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