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 조선의 외교 고문 오언 데니에게 고종이 하사했다.  국가유산포털
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 조선의 외교 고문 오언 데니에게 고종이 하사했다. 국가유산포털


■ 올 광복 80주년 기념 잇단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이순신·손기정 특별전 개최
8월 독립운동 소장품 공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 전층 활용 태극기 전시
佛동양박물관 소장본 등 망라

국가유산청
첫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등
덕수궁서 항일 문화유산 조명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족 자긍심을 드높이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국립박물관’ 체제 80주년이자 용산 이전 개관 2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순신’ ‘손기정’ 특별전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규모 ‘태극기’ 전시를 개최한다. 국가유산청도 ‘말모이 원고’ 등 지금껏 살펴볼 기회가 적었던 항일 문화유산으로 전시를 꾸린다.

◇‘이순신’과 ‘손기정’ 나라를 지켜내고 자긍심 드높인 ‘우리의 영웅’…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의 광복 80주년 기념전시 중 백미는 단연 국민적 영웅인 충무공을 주제로 삼은 특별전 ‘이순신’이다. 전시는 ‘충무공 이순신 전서’에 수록된 ‘난중일기’ 등 내밀한 기록을 되짚으며 영웅적 면모에 가려져 그간 알지 못했던 인간 이순신(1545∼1598)의 새로운 모습을 발굴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임진왜란 당시 사용됐던 무기에 관한 연구와 치열한 조국 수호의 전투가 발생했던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종합해 국난 극복의 현장을 철저하게 되살려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11월 28일부터 2026년 3월 3일까지.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손기정(1912∼2002) 선수를 중심에 둔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도 개최된다. 고인이 직접 기증한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청동투구’를 비롯해 올림픽 당시의 사진 등을 꼼꼼히 다뤄 엄혹한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난 민족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군정 시기인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윤복 선수의 메달과 1950년 동일 대회에서 1·2·3등을 모조리 석권하던 순간의 장면도 담긴다. 전시를 준비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양성혁 세계문화부장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진행된 외신 인터뷰에서 ‘코리아에서 왔다’고 당당히 밝힌 손기정 선생의 정신을 전시에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월 25일부터 12월 28일까지.

매해 광복절을 기념해 단 열흘 정도만 모습을 드러냈던 ‘데니 태극기’를 비롯해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선서문 등 독립운동과 관련한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한 심화 전시도 8월 열린다. 박물관 내 상설전시실인 ‘대한제국관’의 한편을 활용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오른쪽)은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고 3위 남승룡은 바지를 추켜올려 일장기를 가리려 했다.  손기정 기념재단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오른쪽)은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고 3위 남승룡은 바지를 추켜올려 일장기를 가리려 했다. 손기정 기념재단


◇“1층부터 8층 옥상 정원까지” 독립 염원 담은 ‘태극기’ 전시…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건물 모든 층을 활용한 역대급 규모의 ‘태극기’ 전시 개최를 예고했다. 박물관은 “19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곁에 있던 태극기를 통해 한국인의 고난과 역경, 환희의 순간을 되새기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이 소장 중인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물론 역사성을 간직한 국내외 주요 태극기들이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기대된다. 일장기 위에 그려낸 태극기 중 유일하게 실물본으로 전해지는 ‘서울 진관사 태극기’,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태극기 등 국보급 태극기들의 대여를 위해 박물관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광복절이 있는 8월 초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5월 초에는 역사 기록물 속에서 포착한 공동체의 기억을 주제로 특별한 전시를 연다. 특별전 ‘기록, 메모리 오브 유(MEMORY OF YOU)’에서는 1945년부터 1948년까지 광복 직후 기록된 ‘임시국무회의 회의록’을 비롯해 상해에서 발행된 ‘상해판 독립신문’ ‘님의 침묵’ 초판본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 국가기록원이 협업해 준비 중이다.

◇3·1 운동부터 국외 무장투쟁까지 항일 의지 담긴 문화유산 전시…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비교적 최근에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독립 관련 문화유산을 전면에 내세워 독립운동 과정을 되짚는 전시를 꾸린다.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19세기 말 주미공사를 지낸 이범진(1852∼1911)의 활동기 ‘미사일록’, 광복군을 도와줄 것을 강하게 호소하는 백범의 서명문이 새겨진 ‘김구 서명문 태극기’ 등 그동안 상세히 살피지 못했던 관련 문화유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동산 문화유산뿐 아니라 건축물과 근대사적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과 영상을 적극 활용한 멀티미디어 전시로 독립운동이 전개됐던 배경이 관람객들의 눈앞에 생동감 있게 펼쳐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항일의지가 담긴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그것이 실제 제작되고 활용됐던 장소와 함께 되살아나 의미를 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수궁 돈덕전에서 8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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