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한중 잠정수역에 대형 구조물
지난해 시작해 12개까지 예상

서해 內海化 전략의 초기 단계
한국 리더십 공백 틈타 가속화
남중국해 분쟁과 유사한 방식
초기 대응 실패 땐 심각한 결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중국몽(夢)을 선언했다. 내륙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세계 100여 국가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동남아를 거쳐 중동을 건너 아프리카 대륙까지 거침이 없었다.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자서전 ‘자유’에서 중국의 투자에 대한 어느 아프리카 대통령의 발언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프리카 국가가 SOC 투자를 요청하면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체 현금으로 공사를 시작하는데, 유럽(EU)은 자금을 구해 오라고 한다.’

중국의 SOC 투자로 항만을 건설한 스리랑카는 이자 압박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후유증이 작지 않았다. 15세기 명나라 정화(鄭和)의 대원정 이후 중국의 해외 팽창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 주석은 바다에서는 9단선(九段線) 전략으로 치고 나갔다. 2014년엔 미군의 독무대였던 남중국해에 도전장을 던졌다. 1980년대 해상 방어선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 도련선(島련線·island chain)’을 선언했다. 9단선 안에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되면서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인접국들과 바다에서 충돌했다.

중국은 공해에 대한 실효적인 지배를 위해 두 가지 전술을 구사했다.

우선, 시 주석이 자국 해경 군복을 입고 함정에 올라 2021년 해경법을 발효시켰다. 해경이 주권과 권익의 침해로 간주하는 외국의 행위에 대해 기관총 공격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은 해군을 동원하지 않고도 주변국과의 해양 갈등을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미군 개입의 빌미를 차단했다. 그 결과, 선박 나포를 둘러싸고 국제중재재판소 재판도 다반사다.

2030년 중국은 국력이 강해지고 대만 문제가 해결되면 오가사와라(小笠原)·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 도련선’을 선언할 것이다. 인공섬을 건설해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을 구사한다. 1단계로 암초 위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2013∼2016년 차례로 7개의 인공섬 조성에 나섰다. 2022년 이후에는 대함·대공 미사일과 전투기까지 반입하면서 군사기지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은 미국 해군이 남중국해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접근저지(Anti-Access)’와 미군과 동맹군의 효율적인 연합작전을 억제하는 ‘영역거부(Area Denial)’ 개념을 토대로 공해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대규모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이 수역은 한·중 간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친 지역이다. 즉, 어업 행위를 제외한 시설물 설치나 지하자원 개발이 금지된 수역이다. 중국의 철골 구조물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구조물을 설치해 우리의 항의를 받았다. 최근 한국의 계엄 정국 상황을 고려해 다시 알박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11개 지역에 구조물을 설치할 것이다.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만들려는 ‘회색지대화’ 전략은 대만 문제와 어울려 복잡한 양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2010년부터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함으로써 유사시 주한미군의 기동을 약화시키고 대만 점령 작전에서 한·미 해군의 연합작전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접근 저지와 영역 거부 전략 아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구조물을 설치한 이후에는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해 백령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미군 기지 등 수도권을 겨냥할 것이다. 북한의 이북 5도 기습공격 가능성과 함께 새롭게 부상하는 서해 안보 불안의 한 요인이다.

일본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 대만 인근 요나구니(與那國) 등 7개 섬에 미사일 진지를 구축했다. 중국의 서해 내해화 전략은 우리 안보의 옆구리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외교적으로 무단 가설물의 철거를 요구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유사한 시설을 건설하는 대응 전략도 불가피하다. 초기 대응에 실기하면 서해는 중국의 앞바다가 될 것이다. 서해 수송로와 어업은 물론 해상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시나리오는 명약관화하다. 내우외환 상황에서 바다마저 흔들려선 안 된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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