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안산 선부복지관 ‘안전한 놀이터 사업’
과거엔 미끄럼틀만 있던 공원
작년 9개월간 놀이 공간 조성
아동 패턴 맞춰 프로그램 마련
비눗방울·축구·요리 등 진행
지역 어른들도 안전활동 동참
주변 상가엔 응급약품 구비도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 ‘명절 같은 날’입니다. 여러 나라 출신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단결하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예전엔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욕하고 싸우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런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문화 가정 비중이 높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에서 5세 손주를 양육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조부모 A 씨. 그는 선부종합사회복지관이 지난해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안전한 놀이터, 여기서 놀자’ 사업에 참여한 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땟골 마을로도 불리는 선부2동은 안산시에서도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주민 상당수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이주민이다. 안산시 반월공단, 시흥시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부모의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 아이들은 종종 저녁까지 미끄럼틀 하나뿐인 작은 땟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땟골 공원은 때론 어른들이 정자나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음주를 하거나,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는 등 위험한 공간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선부종합사회복지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땟골 공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등 마을돌봄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전한 놀이터, 여기서 놀자’ 사업은 지난해 3월 2일부터 11월 29일까지 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크게는 주 1회 지속적인 놀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지역주민들과 협력해 안전한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역주민들과 만나 땟골 공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복지관 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공원과 인근 실내 장소에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활동을 전개했다.

‘놀이터에서 놀자(놀놀)’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지역 아동들의 놀이패턴을 분석한 후 나이에 맞춘 촉감놀이 9회, 단체놀이 9회, 전래놀이 9회를 진행했다. 5월 어린이날에는 단체게임을 하기도 했고, 놀이가 아동의 권리임을 알려주는 아동권리교육도 진행했다. 아동이 자기주도적으로 놀이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주 놀자’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보드게임, 비눗방울, 낚시놀이, 축구, 피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놀이박스를 준비했다.
인근 실내공간에서는 ‘요리조리’ 활동을 하면서 보호자의 부재로 인해 식사를 거를 우려가 있는 아동을 위해 조리 가능한 밀키트를 제공했다.
놀이터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아동이 안전한 마을 놀이터 지킴이’ 활동에는 지역 어른들이 직접 참여했다. 먼저 지역 주민들과 놀이터 내 흡연·음주 행위, 놀이기구 노후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인근 지역 고등학교에 흡연문제 개선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안산시청 담당 구청에 노후시설 관리를 요청했다. 현수막 교체 등 놀이터 개보수가 이뤄졌고 주민과 아동이 함께 놀이터 환경개선 청소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놀이터 주변에 약국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 지역 상가 협조를 통한 응급처치 비상약을 구비하도록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주배경아동이 동네를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해 놀이·학습·발달 등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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