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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무기력하고 과거에 내가 잘못 살아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검색을 해보니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인 것 같아요. 우울증에 걸렸는데 심리 상담을 하는 게 좋을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게 좋을지 판단이 안 섭니다. 친구들 두 명이 다르게 얘기해줘서 어느 쪽에 먼저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A : 전문의 방문이 먼저… 진단결과 따라 상담치료 받아야

▶▶ 솔루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그래도 정신건강의학과가 진단을 내리고 향후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훨씬 더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조언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울증에 있어서는 생물학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이 둘 다 존재한다고 합니다. 약물치료를 한다면 사실은 감정 자체보다는 감정에 의해 변화된 신체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에는 마음의 문제가 오래가게 되면 에너지가 없다거나 잠을 못 자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신체 증상으로 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만 걷어내 줘도 의지를 가지거나 감정적인 부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단점은 아무래도 병원이기 때문에 진료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어려운 점은 어떤 사람은 굉장히 짧은 진료 시간에 약물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어린 시절부터 평생에 걸친 얘기를 다 상담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예약제 정신과인지 아니면 약물이 부작용이 있을 때 금세 찾아갈 수 있는 비예약제 정신과인지 장단점을 따져서 결정하기 바랍니다.

상담 치료의 장점은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시간을 갖고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사실 심리상담사는 오랜 시간 함께할 사람이라서 나와 궁합이 맞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누가 좋다더라’ ‘어떤 경력을 가졌다더라’ 등 부분도 중요하지만 내가 한번 가서 상담을 받아보고 어떨지 결정해야 합니다. 상담도 하기 전에 한꺼번에 여러 회기 결제를 유도한다면 절대로 그런 곳은 찾아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국가가 시행하는 전국 마음투자 지원 사업도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 주민센터에서 바우처를 지급 받은 이후 심리 상담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즉 심리 상담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이런 좋은 제도조차도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지 않을 상황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심리상담이 좋을까, 정신건강의학과는 괜찮을까 상상만 하면서 시간을 오래 끌지 말고 일단은 한번 가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 어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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