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0월 14일에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된 고성 바닷가에서 남편(왼쪽), 딸(오른쪽)과 함께 찍은 사진.
지난 2024년 10월 14일에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된 고성 바닷가에서 남편(왼쪽), 딸(오른쪽)과 함께 찍은 사진.


■ 그립습니다 - 나의 남편 고 김사훈 시몬(1952∼2024) <상>

2024년 12월 3일 오후 1시 40분, 내 남편 김사훈 시몬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로 주거지를 옮겨갔다. 체했다며 곧 괜찮아질 것 같다던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이 홀연히 가족의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액자 속 영정사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연스럽게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몸에 이렇게 많은 수분이 있을까 놀라운 생각이 들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소리 없이 울고 있지만 통곡을 하고 있는 거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쳐도 어찌할 수 없는 억울한 이별.

남편이 응급실로 실려 갈 때만 해도 수액 한두 병 맞고 기운 차리면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응급실 담당의가 조치 중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도 그의 말을 귀에 담지 않았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퇴원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잘하던 사람이 여러 날 음식을 먹지 못하고 토하면서도 급체라며 곧 나을 것 같다고 병원 가기를 거부했었다. 평소에 어디 아파 고생한 적도 없었고 일 년에 감기 한번 앓을까 말까 하던 사람이라 그러다 나으려니 했다.

그러면서도 차도가 없는 걸 보면 체한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 다시 검사를 해보자 했는데도 힘들다며 병원에 가기를 꺼려 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 그러다 나으려니 하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애들 차를 타고 가는 게 힘들면 119라도 타고 가자 했더니 겨우 고집을 꺾고 아침에 가기로 했는데 새벽녘 화장실에 간 사람이 거실에 엎드려 베개를 달라 했다. 아들이 아빠 몸이 너무 차다며 놀라서 바로 119를 불러 병원에 갔다. 아들 등에 업혀 응급차에 탔을 때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 의사 표현도 했었다. 그런데 생명에 지장이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무서웠다. 꿈이길 바랐다. 그런데 응급조치를 하고 스텐트 시술을 받고 잘 견뎌주고 있다고 했는데 중환자실에서 5일 만에 심정지로 우리 곁을 떠났다. 1% 가능성에 매달려 심폐소생술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이건 아니잖아요. 제발 힘 좀 내봐요. 이게 뭐야. 엄마 김서방 좀 살려 주세요. 형부 김서방 가면 못 오게 발로 차버려요. 제발 제발….”

심폐소생술을 30분이나 했지만 소용없었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모든 것이 멈추고 말았다.

넋이 나간 듯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이 없었다. 두려움이었을까, 아니 슬픔이었을 거다.

보살핌만 받으며 살아온 날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나를 두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냐고 몸부림치면서도 그럴 때마다 미안한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마누라와 딸이 머리를 감고 나오면 손에 묻히지 말라며 욕실 바닥에 머리카락까지 치워주던 사람. 퇴직 후엔 청소와 빨래까지 해주고 제 잘난 마누라 뭐가 예쁘다고 맘 편히 하고 싶은 일 하라고 집안일을 묵묵히 도와주던 사람. 카메라 둘러메고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게 유일한 취미였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동행 한번 못했던 미안함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족들 사진을 찍어 줄 줄만 알았지 본인은 사진 한 장 없어 영정사진은 마지막 여행이 된 고성 바닷가에서 딸과 셋이 찍은 핸드폰 사진으로 겨우 편집해 만들어 사용했다. 1년 전 성당에서 영정사진과 가족사진을 촬영해주는 이벤트를 하였으나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우리에게 내일이 보장된 게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종부성사를 받은 다음 날 선종하기 이틀 전 아들의 꿈에 아빠가 나타나 신부님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신부님께서 선물해 주셨다며 좋아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그나마 구원을 받았나 보다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아내 이애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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