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재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 지시를 내림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거론될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은 양국 정상 간 소통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 차례 개정된 이후 양국 FTA가 상호 호혜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관해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미국 신 행정부의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는 아니다”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미 FTA를 언급한 것은 아닌 만큼 타국에 대한 조치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앞으로 어떤 조치가 더 나올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거론했던 1기 재임 시절과 달리 이번 대선 과정 및 취임 직후까지 FTA 등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은 만큼 캐나다, 멕시코 등 타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는 통상 관련 조치들을 분석하며 물밑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 개정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재임 시절의 성과이며 현재도 상호 호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한·미 FTA의 상호 성과나 호혜적 작용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외에 다양한 현안이 얽혀 있어 이번 통상 협정 재검토 지시에 첫 순위로 오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미 FTA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현안이 될지는 멕시코·캐나다와는 층위가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무역협정 재검토 지시는 ‘재협상’ 지시가 아닌 만큼 아예 재협상 대상에서 한·미 FTA가 제외되도록 하는 대응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후 연이어 정상 간 소통을 했음에도 캐나다와 멕시코가 이번에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현재 통상 당국의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에 하나라도 한·미 FTA 재협상이 현안으로 부각되면 ‘자동차’ 분야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재협상 당시 미국은 2021년 종료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보호 관세(25%)를 2040년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미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미국산 자동차 물량을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산 자동차는 국내에서 판매고가 높지 않아 미국 자동차 업계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를 재협상할 경우 자동차 부문을 많이 들여다볼 것 같다”며 “지금 대미 수출 흑자의 60% 정도가 자동차 쪽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