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민의 정치카페 - 차기 대선지형 변화
윤석열에서 이재명으로 심판론 대이동… ‘李 비호감·보수 결집·체제 전쟁’ 결합된 결과
김부겸 “합리적 진보·중도·보수 연합세력으로 대선 플랫폼 구축”… 차기 대선구도 격랑 예고

◇김부겸과의 대화
지난 2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현재의 탄핵 정국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행보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탄핵 정국에서의 여당 지지율 급상승, 어떻게 봐야 하나.
“민주당이 국회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1당으로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흐름이라는 게 있다.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 조기 대선 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이상 고민만 하지는 않겠다. 총대를 메겠다. 국민의 뜻을 물어 앞에 나서라면 나서고 도우라면 도울 것이다.”
―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합리적인 진보와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 김경수, 김동연, 정세균, 그리고 유승민, 안철수가 연대 대상이다. 국민경선 등 가장 경쟁력 있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
― 신당을 만든다는 것인가.
“신당보다는 연합 플랫폼 방식이 낫다고 생각한다.”
― 다른 이들과 접촉했나.
“일부 인사를 만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다른 분들도 때를 봐서 접촉해갈 것이다.”
― 단독 집권까지 생각하나.
“연정도 배제하지 않는다. 선거구제 개편과 권력구조 개헌이 연정의 고리가 될 것이다. 더 이상 대결의 정치로 비극이 계속되는 상황이 이어져선 안 된다. 고 제정구 선배의 유언이 ‘대결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생각으로 30년간 정치를 했다.”
― 대선 출마, 언제 공식화할 것인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2심 판결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윤곽이 나오기 전에 대선 얘기부터 하면 자칫 분열로 보일 것이다. 2월 말 3월 초쯤 돼야 한다.”

◇여론의 흐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 있는 여당 지지도가 야당의 그것을 앞서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다. 여론은 트렌드가 중요하다. 여권 상승의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리얼미터의 1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6.5%로 민주당(39.0%)을 오차범위(±3.1%포인트) 밖 7.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한 달 전인 12월 3주차 조사에서는 민주당 50.3%, 국민의힘 29.7%였다. 한국갤럽 1월 3주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39%)이 민주당(36%)을 3%포인트 앞섰다. 같은 기관의 12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48%)이 국민의힘(24%)을 더블스코어로 앞섰던 것에서 급반전했다. 전 연령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이 발견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의 정당 지지도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한 달 후인 2017년 1월 2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41%,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12%, 국민의당 10%, 바른정당 7%를 나타냈다. 안철수가 이끈 국민의당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진보 분파였고 유승민 등의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보수 분파임을 고려한다면 탄핵을 주도한 진보 진영의 압도적 우세였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여당에 의한 ‘정권연장론’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론’을 앞선다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 1월 3주차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 ‘정권연장론’은 48.6%, ‘정권교체론’은 46.2%를 나타냈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12월 4주 조사 땐 정권교체론(60.4%)이 정권연장론(32.3%)의 두 배나 됐는데 이후 격차가 점차 줄더니 역전됐다. 한국갤럽의 1월 3주차 ‘다음 대통령선거 결과 기대’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 당선’이 40%로 ‘야당 후보 당선’ 48%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민주당, 왜 죽 쑤나
제1야당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그만큼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데에는 대략 세 가지의 이유가 작용했다.
첫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높은 비호감. 이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긴 하나 지지율은 30%대 안팎 박스권에 머무른다. 또 비호감도는 60%를 넘는다.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불신도 강하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2심 재판 결과가 피선거권 박탈형으로 결론 날 경우 지지층 동요가 예상된다. 법원은 신속재판 원칙에 따라 2심 재판을 2말 3초에는 끝낸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의정 폭주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둘째, 박근혜 탄핵의 반성이 불러온 보수 결집. 2017년 박근혜 탄핵 사태는 보수의 분열을 불렀다. 직후 치러진 대선 결과는 문재인 41%, 홍준표 24%, 안철수 21%, 유승민 6%, 심상정 6%였다. 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의 합이 68%, 보수(홍준표+유승민)의 합이 30%로 보수진영의 완패였다. 이어진 지방선거(2018년)와 21대 총선(2020년)에서도 보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보수는 박근혜 탄핵이 불러온 보수의 궤멸을 떠올렸고 국기결집과 같은 결기로 뭉치게 됐다.
셋째, 국가 정체성을 내건 ‘체제전쟁’의 성격. 특히 2030 사이에서 ‘탄핵 찬성 대 탄핵 반대’ 세력의 대결을 ‘한미동맹 대 친중·친북’ 세력의 대결로 인식하는 경향이 싹텄다. 이는 보수 유튜브의 세례를 받은 탓도 크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중국 슬로건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영 김은 “한국의 탄핵 주도 세력이 지금 상황을 이끌어간다면 북한과 중국은 이를 통해 한미동맹을 악화시킬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조선일보 인터뷰)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주요 인사들은 윤석열 탄핵 주도 세력이 북한에 대한 유화책, 중국에 대한 순응책을 선호한다고 보고 있다.
◇변화하는 대선 지형
김부겸의 “때가 되면 앞장서겠다”는 다짐은 이 같은 흐름 위에서 배태됐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2심 재판이 마무리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윤곽이 선명해지면 대선 지형의 급변을 몰고 올 정치 변동이 현실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국기결집’이란 국기 주변으로 흩어진 병사들이 모이는 것. 위기 발생 시 집단의 상징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현상을 말하며, 그러한 효과를 ‘국기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 함.
‘체제 전쟁’은 국가의 가치와 체제를 놓고 벌이는 싸움. 특히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은 현 여권을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중시 세력으로, 민주당을 대북 저자세 및 중국 눈치 보기 세력으로 구분.
■ 세줄 요약
김부겸과의 대화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독 질주하는 듯 보였던 차기 대선 구도에 격랑이 이는 형국. 김부겸은 조기 대선 시기가 오면 “총대를 메겠다. 국민이 앞에 나서라면 나서고 도우라면 도울 것”이라고 밝혀.
여론의 흐름 : 여론은 트렌드가 중요.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당 지지율이 야당의 그것을 앞서고 정권연장론이 정권교체론보다 높은 흐름이 이어져. 이 같은 결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민주당, 왜 죽 쑤나 : 이재명에 대한 높은 비호감, ‘박근혜 탄핵’의 반성을 토대로 한 보수 결집, 체제전쟁의 성격 등 때문.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과 윤석열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쯤 대선지형 변동이 현실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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