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 설특집 - 볼만한 전시·공연
연휴가 기회…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전’
국보 11건 등 274점 총망라
국립민속박물관 ‘만사형통’
뱀 관련 의례용품 등 한자리에
익산박물관 ‘미륵사지 치미’
용마루끝 기와장식 복원해 공개
나주박물관 ‘거울의 속삭임’
전국서 출토된 ‘고대 권력 상징’
전국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모두 봄을 기다리며 전시 개편을 위해 분주하다. 봄이 오면 다시 수장고로 돌아가 오랫동안 만나보기 어려운 유물과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바쁜 생활 탓에 지난해 시작된 기획·특별전을 아직 돌아보지 못한 이가 있다면 설 연휴에 부디 막차 탑승하시기를.
◇‘고려의 푸른빛’ 상형청자부터 거대한 ‘미륵사지 치미’까지 박물관 특별전을 만날 마지막 기회 =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 특유의 비색(翡色)으로 정교하게 빚은 상형청자를 주제 삼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가 한창이다. 고려청자 가운데 상형청자에만 집중한 최초의 전시다. 국보 11건, 보물 9건을 포함해 총 274건을 통해 총망라했다. 물고기와 용이 결합한 어룡(魚龍)·용과 거북이가 결합한 귀룡(龜龍) 등 독특한 상상력이 번뜩이고 연꽃·복숭아·석류 등 정교함의 극치를 선보이는 유물이 가득하다. 3월 3일까지.
올해는 또 다른 푸른빛을 간직한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다. 뱀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이 열리고 있다.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 의례용품, 그림 등 60여 점을 한데 모았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와 저승을 지키는 독사 그림부터 스리랑카, 아스텍 문화 속 뱀의 모습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구현한 뱀의 모습은 징그럽고,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생명력과 지혜, 다산과 풍요의 신성을 가진 다면적 존재라는 점을 드러낸다. 3월 3일까지.
국립익산박물관에서는 개관 5주년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이 개최 중이다. 건축물의 지붕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기와인 치미. 7세기 조성된 미륵사지에서도 다양한 형태와 문양의 치미 편이 900점 이상 출토돼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이었던 미륵사의 옛 모습을 추정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미륵사지 내 동원 승방지와 연못지에서 출토된 치미를 복원해 처음 공개한다. 특히 승방지 출토 치미는 완형으로 복원된 후 높이 143㎝에 이르러 하나의 기와만으로도 관람객을 압도한다. 5월 25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도 살펴볼 만하다. 상형토기와 토우장식은 옛사람들이 죽음 이후까지 편안한 삶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며 죽은 이와 함께 무덤에 넣었던 의례용품이다. 상형토기의 대표 유물이라 할 수 있는 국보 ‘경주 계림로 출토 토우장식 항아리’부터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말모양 뿔잔’까지 전시된 유물들의 면면이 특별하다. 3월 10일까지.
권력의 상징, 고대 거울도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나주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에서는 국보로 지정된 2점의 거울(화순 대곡리 정문경, 무령왕릉 의자손수대경)을 비롯해 평안남도 평양지역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출토된 270점의 유물이 모습을 보인다. 청동거울에는 서로 다른 무늬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시는 각각의 고유한 문양을 통해 알 수 있는 고대인들의 염원을 현대인에게 건네준다. 2월 9일까지.
1984년 개관한 국립진주박물관의 개관 40주년 기념전 ‘사기장, 흙을 빚어서 삶을 이롭게’는 유물 뒤에 가려진 장인의 삶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시는 고려시대부터 흙을 주물러 음식을 담는 그릇과 글씨를 쓰는 문방구, 기와와 명품에 이르는 갖은 사기를 만들어 온 사기장의 삶을 펼쳐 보인다. 마을을 이뤄 대대로 사기를 제작했던 지역의 가마터, 공방을 재현한 대목은 특히 눈길을 끈다. 2월 23일까지.
지난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국립대구박물관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천명했다. 그리고 생활양식 전시의 첫 포문을 특별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를 통해 열어젖혔다. 전시는 한국 고유의 향 문화를 알려주는 도서, 회화, 공예품 등 372점으로 꾸려졌다. 국보 ‘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 보물 ‘통도사 청동 은입사 향완’ 등 영남지역 내 주요 사찰의 향 관련 문화유산과 세계 3대 향으로 불리는 ‘침향’ ‘사향’ ‘용연향’을 곁들여냈다. 기원의 마음을 담아 피우던 것에서 개성과 취향의 영역으로 발전해온 향의 역사를 직접 맡으며 체험할 수 있다. 3월 3일까지.
◇설 당일만 휴관…늘 ‘열린’ 국립현대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 = 1∼2월은 주요 사립 미술관들의 준비 시즌이다. 전시 비수기이자 휴지기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설 당일만 쉬고 늘 열려 있다. 서울관과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계속된다. 연초에 사뿐한 마음을 품고 나들이를 하고 싶다면, 덕수궁관의 ‘수묵별미’가 제격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수묵채색화 총 148점(한국 74점·중국 74점)을 선보인다. 짙고 옅은 먹빛으로만 표현한 풍광들이 고즈넉한 궁궐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서울관에서는 ‘이강소: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강소(81)의 예술 세계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다. 1970년대 실험미술부터 최근작까지 60년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과천관의 ‘한국 현대 도자 공예’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부터 70년간 이어진 한국 도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이건희 컬렉션의 ‘도화 시리즈’ 12점이 처음 공개됐다.
수도권을 벗어난다면, 지난해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의 첫 상설전시도 둘러볼 만하다. 조선시대 회화사를 대표하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등의 작품이 나왔다. 김홍도의 ‘백매’와 정선의 ‘금강전도’ 등 국보를 포함한 소장품 52점이 대거 출품됐다. 정조의 효심과 혜경궁 홍씨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혜경궁의 ‘서간’, 각각 고려와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기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등도 놓치지 말고 감상하자.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간송미술관 둘 다 설 당일인 1월 29일은 휴관이다.
장상민·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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