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조기대선 가능성, 여야 주자들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는 대선 주자들이 주된 얘깃거리로 오르리라 전망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고, 여권 후보군이나 다른 야권 후보들은 대체로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아직 이 대표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확장성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고 특정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선 채 대선전이 끝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속단하기는 이르다. 누군가 이 대표의 뒤를 이어 치고 나가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 진보

이재명, 잇단 민생 메시지로 사실상 대선준비
지지율 압도적 1위지만 ‘30%대 박스권’ 갇혀
신3김 “일방주의 안돼”… 우원식은 ‘안정’강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앞당겨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는 기대하지 않은 이점을 안겨주게 됐다. 민주당은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 1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도록 하고 있다. 예정대로 2027년 3월 대선이 열렸다면 이 대표는 내년에 대표직을 사퇴하고 ‘평당원’ 신분으로 경선과 본선을 준비했어야 한다. 지난해 당헌 개정으로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추가했지만, 대선 경선이 시작하기 전까지 대표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늦어도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지휘한 후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현재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클 뿐,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그때까지 당 대표로서 당 조직을 활용해 차근차근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맡고 있는 집권플랜본부, 기본소득정책을 설계했던 이한주 가천대 석좌교수가 원장인 민주연구원을 대선 준비에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로는 정치 현안에 관한 언급을 줄이고 민생 현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외교·안보 등에 메시지의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대선 준비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3김도 이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여의도 CGV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상영회 이후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한다’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상황을 진단하는 등 당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같은 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아울러 인재근 전 의원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으로,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비명계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같은 날 SNS에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고 적었다. 여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글이지만 동시에 압도적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지속해서 고소·고발, 탄핵소추 등을 추진하며 비판받은 지점도 관통하고 있어 친명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의 행보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정 안정화에 집중하며 조기 대선에 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지지가 압도적이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거치며 당내 반대 세력도 거의 사라져 민주당이 경선을 치르지 않고 이 대표를 후보로 추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원칙대로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 대표로서도 본선까지 고려하면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게 30%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에 나섰을 때도 정상적으로 전당대회가 열렸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 보수

김문수, 잇단 尹옹호… 홍준표도 “탄핵 광기”
오세훈, 연일 이재명 비판… 한동훈은 잠행
안철수 중도공략… 이준석은 ‘40대 기수론’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들은 대체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혀 있다. 한국갤럽 1월 3주 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7%, 홍준표 대구시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각 6%, 오세훈 서울시장 4%,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 순으로 나타났다. 1월 2주에는 김 장관 8%, 한 전 대표 6%, 홍 시장 5%, 오 시장 3%, 이 의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각 2%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2주 32%, 1월 3주 31%로 집계됐다.

1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김 장관 13%, 홍 시장 8%, 오 시장 6%, 한 전 대표 5% 등으로 나타났다. 유승민 전 의원·안 의원·이 의원은 나란히 2%였다. 김 장관이 두 자릿수를 받기는 했지만, 이 조사에 처음 포함됐기에 추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대표 주자가 없는 시점에서 누가 먼저 공고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치고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홍 시장은 지난달 23일 대선 도전을 암시한 뒤 현안마다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들 집단적 광기의 희생자”라고 평가했고, 구속 뒤에는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연일 이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계속 날리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야6당에 의해 처리된 내란특검법을 겨냥해 “이재명 대선용 특검은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진하고 있는 김 장관은 이번 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 국무위원들의 기립 사과를 요구했을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계엄 수사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도 잇달아 내놨다.

‘1월 복귀설’이 흘러나왔던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사퇴 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과 국민이 부르는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설에 선을 그으면서 대선 출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21’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홍 시장과 김 장관을 거론하며 “두 선배는 절대 이재명 대표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이재명을 이길 사람이 누구일지 당원에게 호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고 “내 정치의 마지막은 국민의힘”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장하며 중도층 공략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일찌감치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대선캠프 구성 준비를 하는 등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에 돌입했다. 이 의원은 오는 3월 대선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 만 40세가 되는 만큼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외부 인재 영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 주자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점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거처럼 외부에서 기대를 모으는 보수 인사가 없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이후 용병 기용에 대한 회의감이 당내에서 커진 상황이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관련기사

김대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