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김용현, 자신 있는 목소리로 계엄 선포 관련 대답
국회 측 반대신문에 한때 “거부” 밝히기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구속 상태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출석을 지켜보며 눈도 안 마주치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다가도 유리한 증언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구속돼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김 전 장관은 진회색 양복에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를 입고 출석했다. 또 주변 좌석에는 그의 변호인이 착석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심판정에 입정하자 잠깐 보는 듯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이후 굳은 표정으로 김 전 장관이 선서하는 장면을 응시했는데 언짢은 듯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당시 상황을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펜을 든 손으로 손짓을 이리저리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야당의 국정 침탈이 마비 수준을 넘어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한 지경이었다”며 “비상계엄의 형식을 빌려 망국적 위기 상황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지시했다”고 발언했다.

또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과 민생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세 가지 방탄, 탄핵, 특검에 매몰된 것을 굉장히 우려했고 안타까워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예산 삭감 상황을 보며 대통령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했다”며 “(해결 수단이) 비상계엄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김 전 장관의 증언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국무회의를 1시간 30분 이상 심의했다’라거나 ‘회의 결과물이 남아있는 걸로 안다’고 발언하자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전달 관련 질의가 나오자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또 김 전 장관의 증언을 지켜보며 옆에 앉은 변호인에게 귓속말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증언하면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고, 답변을 위해 생각에 잠길 땐 정면을 잠시 응시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을 쳐다보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주신문이 끝난 뒤 국회 측 반대신문을 하려 하자 “사실 왜곡의 우려가 크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남은 질문에는 답하겠다며 ‘선택적 증언’을 주장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증언의 신빙성을 낮게 판단한다”며 “(증언을) 강요할 건 아니지만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한 뒤 휴정을 명령했다.

휴정이 끝난 뒤 윤 대통령 측은 “저희 쪽 질문도 답변했기 때문에 소추인(국회) 측 답변도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고,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며 증언 거부 의사를 번복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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