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전망

작년 4분기 민간소비 0.2%↑
건설투자는 3.2%나 떨어져

정치 불확실성 경제 압박 지속
한은, 올전망 1.9→1.6% 시사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0.5%보다 크게 하락한 0.1%까지 떨어졌다. 통상 4분기에는 연말 특수가 나타나며 소비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해에는 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지표가 부진했다. 연간 성장률도 간신히 2.0%에 턱걸이했으나, 올해는 1%대 성장이 확실시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은 0.1%로, 2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성장률이 0.5%로 예상됐으나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0.2%로 급락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통상 12월에는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등을 맞아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해는 비상계엄 여파로 12월 25~31일 0.9%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부진에 허덕이면서 3.2%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6% 늘었으나 직전 분기(6.5%)에 비해 증가세가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간신히 2.0%를 지켰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6.9% 늘어나며 직전 해(3.6%)보다 증가 폭을 키웠고, 반도체 수요 증가로 설비투자도 1.8% 늘어났다. 반면, 내수는 정부소비(1.7%)를 제외하면 성장세가 미약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1.1%로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4.6%)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건설투자도 2.7% 감소하며 직전 해(1.5%) 대비 크게 고꾸라졌다.

정치 불확실성은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올해 우리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위축된 경제 심리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할 것도 시사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급감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에도 장기평균보다 비관적인 수준을 보였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주택시장과 건설경기의 부진이 심화하고, 기업이 대내외 불안을 반영해 투자를 지연시킬 공산도 커졌다. 지난해 2분기(-0.2%)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3분기와 4분기에도 0.1% 성장에 그치며 경기침체 우려도 제기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비심리 위축 및 건설투자 부진으로 1분기 성장률은 기존에 전망한 0.5%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나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논의되고 있는데 가시화된다면 다음 달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기관과 전문가들은 한은보다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7%였다. JP모건은 1.3%, 씨티는 1.5%를 예상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1.6% 성장을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되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0년 0.7% 역성장한 뒤 2021년 4.6%로 반등했다가 2022년 2.7%, 2023년 1.4%, 2024년 2.0%로 점차 1~2%대에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1월 상경계열 교수 1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6.7%가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에 동의했다.

김지현·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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