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은 예고됐다고 할 정도로 당연한 결정이다. 나아가 뜻대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줄탄핵’ 사태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유사한 탄핵 심판에 대한 시금석으로도 비쳐 더욱 주목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이 위원장이 법정 인원인 5명 중 2명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아 취임 하루 만에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다시 하루 뒤에 가결했다.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이 위원장 탄핵소추 심판이 5개월이나 걸렸다. 중요한 국가기관이 파행을 겪은 책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이번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8명 중 기각 4, 인용 4로 갈렸다. 파면 결정에는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기각되긴 했지만, 이른바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그대로 갈렸다는 점에서 헌재가 정치에 휩쓸릴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정치 성향에 따라 갈린다는 오해를 남기면, 엄청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윤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그중 13건을 실제 의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완·이정섭 검사 탄핵안이 기각돼 현재 10건이 계류 중인데, 윤 대통령을 제외하곤 한덕수 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대부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내란공모 혐의로 탄핵소추된 한 총리는 12·3 당일 비상계엄을 만류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헌재가 하루 바삐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한다. 의결정족수가 재적 의원 과반(151석)인지 대통령 기준대로 3분의 2(200석) 이상인지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직무정지를 노린 무도한 정략적 탄핵이 남발되지 않도록 신속히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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