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버라 F. 월터 지음│유강은 옮김│열린책들


21세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내전의 횟수는 과거 비슷한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보스니아, 이라크, 시리아, 북아일랜드 등 많은 곳에서 갈등과 폭력이 매우 자주 그리고 상당히 유사한 양상으로 반복됐다. 지금도 정치적 내전 상태나 다름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종교적 내전의 성격을 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 3개월의 소모전 끝에 수많은 인명 피해와 끔찍한 폐허를 남기고 겨우 멈췄다.

정치학자이자 내전 전문가인 저자 바버라 F. 월터는 최신 연구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안정적이고 위기 대응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믿어왔지만 그건 오판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민주주의의 상징국가인 미국까지도 독재(Autocracy)도 민주주의(Democracy)도 아닌 중간 상태의 ‘아노크라시’(Anocracy)로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언제 어디서 내전이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원인은 양극화와 파벌화에 있다. 시민들이 종족이나 종교, 지역에 따라 집단을 형성하고 정당들이 경쟁자는 배제하고 지지자만 앞세울 때 파벌화가 공고해진다. 그리고 황당무계한 음모론과 함께 SNS는 이런 파벌화를 부추기고 가속화해 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에서 벌어진 난입 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부정 선거 음모론을 제기하자, 그를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완성형으로 보였던 미국 민주주의도 위협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이를 무력화하는 최선의 길은 정부를 개혁하는 것이다. 법치를 강화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보장하며, 정부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는 백인·흑인·아시안을 막론하고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부양하는 노력을 새롭게 해야 한다. 아니면 파국의 경계에 서 있는 노동 계급과 중산층은 언제든지 민병대로 돌변할 수 있다.

미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 사람들은 계속 저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SNS를 치워 버리고 혐오 장사꾼, 음모론자 등이 떠들어 대는 스피커 소리를 줄여라.” 그러면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최소한 2차 내전은 피할 수 있다. 336쪽, 2만2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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