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인터뷰 -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염료감응태양전지 연구했지만
효율 낮고 액체 탓 응용에 제한
새 소재는 단기간 내 높은 효율
공정 간단하고 제조 단가 낮아
실리콘보다 안정성 미흡 단점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노력 중
5년내 상용화땐 저감정책 도움
수원=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실리콘 태양전지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26%의 효율을 보이고 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개발 10년 만에 벌써 이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으로 떠들썩하던 당시 과학계에서도 조용한 파장이 일고 있었다. 같은 달 15일 ‘환경·에너지 분야 노벨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에니상’에서도 한국인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연구 분야 특성상 해외 일정이 많아 최근에서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의 박 교수 연구실에서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의자 없이 사용하는 스탠딩 책상 말고는 책과 연구자료가 가득한 책장 등 여느 대학교수의 연구실과 다를 바 없는 좁은 연구실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이 놀라웠다. 그가 에니상을 받게 된 계기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기본 개념’부터 물어봤다.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이를 이용한 광흡수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 개념에 대해 먼저 소개를 한다면.
“탄소라는 원소를 가지고 물질을 구성할 때 ‘다이아몬드 구성’으로 하면 그 결정 구조를 다이아몬드라고 한다. 페로브스카이트도 이 같은 탄소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이 H2O로 구성되듯이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로 표기하는데, 두 개의 양이온과 하나의 음이온으로 구성된 구조이고 이런 화학식을 갖는 결정 구조를 페로브스카이트라고 한다. 처음에 이런 구조가 발견된 것은 칼슘(Ca), 티타늄(Ti), 산소(O) 등 3가지 원소로 구성된 것이었고 1839년 우랄 산맥에서 발견됐다. 칼슘, 티타늄, 산소 구조가 독특한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발견자인 러시아 광물학자(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어떤 분야인가.
“사실 페로브스카이트를 연구하기 전에 1997년부터 염료감응태양전지를 연구했다. 문제는 염료감응태양전지의 효율이 11% 선에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기본적으로 염료감응은 효율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유기염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유기염료는 다른 무기물에 비해 빛을 흡수해서 광전자를 만드는 능력, 즉 흡광계수 값이 조금 낮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액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응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07년쯤부터 뭔가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스위스의 한 학회에 참여했다가 일본 염료감응전지학회의 일본인 교수가 유기염료 대신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하는 발표를 들었다. 그때 유기염료 효율은 11% 정도였는데, 그 교수가 발표한 것은 2∼3% 정도로 매우 낮은 효율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나는 거기에 관심을 둔 것이다. 더 개선하면 괜찮겠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와서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를 2007년부터 본격 시작했다. 2012년 전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서 9.8%, 약 10%의 효율을 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유기용매를 쓰지 않아 안정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불과 10년 만에 20%대 후반 효율도 나오는 등 세계에 많은 연구 그룹이 생겼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론 효율이 3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실리콘 태양전지는 매우 오랫동안 26%의 효율이 나오고 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개발 10년 만에 벌써 효율이 26%를 넘고 있다. 실리콘에 비해 페로브스카이트의 또 다른 장점은 공정이 매우 간단하고 그래서 공정 단가나 제조 단가가 더 싸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탁월한 경제성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실리콘의 경우 잉곳(ingot·기둥)을 만들 때 에너지를 많이 쓰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배출되는데, 페로브스카이트는 제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실리콘의 장점은 20년 이상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고,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직까지 현재 기술로는 안정성이 실리콘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안정성 향상 기술을 개발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망한 활용 분야는 어떤 것인지.
“다른 자료에 따르면 우선 한화큐셀은 2026년쯤 상용화를 얘기하고 있고, 영국의 태양전지 스타트업 옥스퍼드 PV는 올해 7월 관련 상품을 만들어 미국 수요자에게 수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의 퍼스트솔라가 텔룰라이드전지를 개발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그래서 빠르면 2∼5년 후쯤 상용화 양산이 예상된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3∼5년 내 상용화를 예측했다.”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가장 큰 난관은 어떤 것인지.
“현재 많은 기업이 상용화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아주 장기적으로 안정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면 상용화가 아주 빠를 것 같다. 현재 효율은 어느 정도 실리콘보다 높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도 보고돼 있기 때문에 장기 안정성 기술이 개발되고 연구에 스며든다면 양산화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은?
“지금 우리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해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약속한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을 각계에서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줄여야 하는 탄소배출량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없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에너지 기술 중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기술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원료 기술, 예를 들어 신재생 또는 원자력이 그렇다. 만약에 태양전지를 (주 전력원으로) 한다면 밤에는 발전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낮에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을 같이 개발해야 한다. 원자력은 안전성 문제나 폐기물 문제 등에서 진보된 기술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믹스(발전원 조합)를 해야 한다. 지금은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간의 상생이 필요하다. 어느 게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으니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는 모든 무탄소 기술을 총동원해서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7년 연속 ‘세계 상위 1% 연구자’ 선정… 작년엔 환경 노벨상 ‘에니상’ 수상
‘태양전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최고의 과학기술인.’
24일 국내 과학계에 따르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에 대한 최근 학계의 평가는 이같이 압축된다.
페로브스카이트에 관한 그의 연구는 10여 년 전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화합물의 높은 흡광 특성에 착안해 2012년 표준 태양광 조건에서 당시만 해도 최고효율이던 9.7%의 효율과 500시간의 장기안정성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 같은 해 이런 연구결과를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발표 이후 지난해 4월 기준 8300회 이상 인용됐으며, 이러한 파장 효과로 박 교수는 2017∼2023년 사이 7년 연속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환경·에너지 분야의 노벨상인 에니상 수상자로 선정되기 전인 같은 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박 교수를 ‘202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뽑기도 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제28회 한국공학한림원 대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2012년 박 교수의 연구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후속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관련 분야 논문이 3만8200편 이상 쏟아졌고,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라는 새로운 학문·연구분야에서 박 교수가 개척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그 외에도 박 교수는 국내외 특허 71건을 등록하고, 2008년 염료감응태양전지 기술로 28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가 산업 발전과 과학기술의 위상 제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에게 지난 2003년부터 시상해온 국내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12월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한 전 세계적 연구 추세에 관해 “전 세계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었고 많은 연구그룹이 생겨 불과 10여 년 만에 20%대 후반의 효율도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도 향후 상용화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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