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로 아시아 최초 입성…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1936년 설립… 기자투표로 결정
첫 입회자는 베이브 루스 등 5명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자 151명
감독·심판·해설자도 입성 가능

매년 7월말 쿠퍼스타운 헌액식
얼굴·팀 로고 동판 박물관 전시


올해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   명예의 전당 SNS
올해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 명예의 전당 SNS



일본이 배출한 전설적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됐다. 이치로의 헌액 후 명예의 전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MLB는 세계 최고 프로야구 리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명예의 전당은 세계 최고가 모인 MLB에서도 더 특별한 이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 뉴욕주의 쿠퍼스타운(Cooperstown)에 있는 명예의 전당은 ‘야구의 신전(神殿)’으로도 불린다. 이 신전은 전 세계 각지에서 매년 26만 명가량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도 자리를 잡았다.

명예의 전당은 1936년 설립됐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올해까지 단 351명만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첫 입회자는 MLB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호너스 와그너, 크리스티 매튜슨, 월터 존슨, 타이 콥, 베이브 루스였다. 명예의 전당엔 선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빼어난 업적을 남긴 감독, 심판, 구단 프런트, 해설위원 등도 헌액될 수 있다. 역대 헌액자를 보면 전직 메이저리거 출신이 278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어 구단 관계자·야구인이 40명, 감독이 23명, 심판이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직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살펴보면 투수가 86명으로 가장 많고, 외야수가 76명으로 뒤를 이었다. 외야수는 우익수 29명, 중견수 24명, 좌익수 23명 순이다. 278명의 선수 헌액자 중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이는 151명이었다.

명예의 전당 헌액 여부는 MLB에서 10년 이상 취재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올해는 총 394명이 투표했다. 투표권자는 건네받은 투표용지에 최대 10명의 선수를 표시하고 본인의 서명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헌액자 발표 이후 투표자는 공개하지만, 투표 내용은 비공개다. 다만, 최근 들어 투표자들이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초기에는 은퇴, 현역인 모든 MLB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표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이상 MLB에서 활약하고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선수 중 BBWAA가 별도 구성한 위원회에서 총 6명 중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만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명예의 전당 입회 기준은 득표율 75%다. 그러나 75%를 넘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역대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득표율 75%가 나오지 않은 해는 총 9차례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13년과 2021년에 75%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은퇴 선수가 없었다. 후보에 올랐으나 10년 동안 입성에 실패하거나 득표율이 5% 미만이면 자격이 박탈된다. 2014년까지는 5% 이상을 득표했을 시 재도전할 기회가 총 15년까지 주어졌지만, 2015년 투표부터는 그 재도전 기회가 15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헌액된 마무리 전문 투수 빌리 와그너는 10년 차, 마지막 도전에서 극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투표 외에도 베테랑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헌액될 수 있다. 베테랑위원회는 명예의 전당 투표 마지막 해에 5∼74.9%의 득표율로 탈락한 선수를 대상으로 헌액을 논의한다. 베테랑위원회는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선수와 임원, 그리고 베테랑 언론인들로 구성된다. 베테랑위원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는 앨런 트래멀과 리 스미스가 대표적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결정되면 매년 7월 말에 쿠퍼스타운에서 열리는 성대한 헌액식에 참석한다. 헌액자 얼굴이 들어간 동판이 제작되며 박물관에 전시된다. 동판에 새겨질 팀의 로고는 선수 본인이 선택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명예의 전당 관계자들의 권고로 결정된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다. 역대 헌액자 중 가장 많은 팀에서 뛴 선수는 1945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댄 브루더스로 무려 11개 팀에서 뛰었다. 1880년대에 활약한 브루더스는 버펄로 바이슨스 유니폼을 선택했다.

한편, 아시아 선수 중 명예의 전당 입회자는 이치로가 유일하다. 1990년대 ‘코리안 특급’으로 명성을 떨친 박찬호는 후보자위원회 추천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토네이도 신드롬’을 일으킨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후보에 올랐지만, 저조한 득표율로 2014년 후보에서 최종 제외됐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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