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선원을 마도로스라고 불렸다. 이는 네덜란드어 ‘마트로스(matroos)’에서 따온 말로, 외국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세계를 누비던 선원은 당시 많은 대중가요에 등장하기도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선원은 파독 간호사, 광원들과 함께 마땅한 수출 상품이 없던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시 선원들은 파독 간호사, 광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의 4배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조선업 등 국가 핵심 산업의 수출 호조 덕분에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하며 이제는 세계 6대 수출국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과의 이면에, 휴일도 없이 바다를 가르며 우리 제품의 해상 수송을 책임진 선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무역이 확대되고 해상운송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에 비례해 선원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가족은 물론 사회와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선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예전만큼 높지가 않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만성적인 선원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수출입 경제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우리 선원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해양수산부는 선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선원을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선원노조 및 해운업계와 함께 승선 기간 단축, 유급휴가 확대 및 선박 내 인터넷 환경 개선 등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올해부터는 선원이 장기간 승선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경력이 단절된 선원들도 쉽게 선원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일반인도 선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먼저, 선원의 꿈인 선장과 기관장이 될 수 있는 경로를 단축한다. 지난해 선박직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예컨대, 해양대학교를 졸업해 3급 면허를 취득한 선원이 선장이나 기관장이 되기 위한 1급 면허를 따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4∼9년에서 2∼6년으로 단축했다.
또한, 선원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 단절 선원의 재취업도 지원한다. 오랜 기간 승선하지 않은 선원이 다시 배를 타기 위해서는 필수교육과 현장교육 등 각종 교육 이수에 5∼6개월이 걸린다. 그것은 원만한 선원 복귀에 걸림돌이 돼 왔다. 이에, 유사한 교육과정을 통합해 교육 기간을 최대 1개월로 단축하고 교육비도 지원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교육을 수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선원을 양성하기 위해 특화된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일반인일지라도 해기사(海技士)가 될 수 있도록 오션폴리텍, 해기교육원 운영을 활성화한다. 올해부터는 외항 상선 해기사에 도전하는 오션폴리텍 교육생에게 매월 약 5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함으로써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선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수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우수한 청년들이 우리 해운업계에서 자신의 꿈과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마도로스들이 선망의 대상이 돼 만족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세계의 해운 물류 현장을 누비고, 우리 경제를 지키면서 한 단계 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