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간에 투입되는 ‘메기’는 기존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구도를 바꾸며, 판을 뒤흔든다. ‘솔로지옥 시즌2’의 덱스나 ‘하트시그널 시즌2’의 김현우 등의 맹활약은 지금도 회자된다. 기존 참가자들이 서로 익숙해지며 느슨해질 때쯤 등장해 프로그램의 흥미를 끌어 올리는 활력소이다.
연애 상대를 정할 때도 새로운 도전자를 투입하며 최적의 관계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한 나라의 차기 지도자를 정할 때에도 당연히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힐 필요가 있다. 대선판에도 ‘메기’가 필요하단 얘기다. 이유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1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보다 의견을 유보한 부동층이 36%로 더 높았다. 다른 여론조사도 흐름은 비슷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새 얼굴’을 바라는 민심이 크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메기 투입은 소비자인 유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본래 ‘메기론’은 미꾸라지가 있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더욱 열심히 헤엄칠 것이란 논리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주창해 화제가 됐다. 건강한 긴장 관계는 성장을 촉진한다. 기존 참가자들의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재명이란 ‘걸출한’ 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메기 투입에 부정적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싸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게 당 주류의 시각이다. 이해는 된다. 독주 중인 상황에서 경쟁자가 달가울 리 없다. 그렇지만 독주는 독단으로, 유일은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무엇보다 시청자인 유권자가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바라고 있다. 대선판에도 메기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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