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 234명 성착취 ‘자경단’ 검거
1800명 참여한 ‘알몸○○…’ 등
음란물 미끼로 텔레그램서 활동
1대 1 채팅 접근 피해자들 포섭
“신상 유포 동의서 주시면 ‘최신 야동(야한 동영상)’ 드릴게요.”
24일 약 1800명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 ‘알몸○○ 박물관’. 운영자는 참여자들로부터 이름, 주민번호, 신분증 사진 등을 수집하고 이를 유포해도 된다는 ‘성기·신상유포 동의서’가 올라와 있었다. 성착취물 영상을 주고받는 대가로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숙제 같은 미션을 성실하게 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공지한 흔적도 남아 있었다.
최신 야동을 제공한다는 ‘조○○’(참가자 1만6000명) 채팅방에 들어가자 한 사용자는 “갠텔(개인 텔레그램 메시지)을 보내도 되냐”며 “특이 취향방, 근친방 등 다른 방 링크를 줄 수 있냐”고 말을 걸어왔다.
텔레그램에서 만난 234명을 성착취한 사이버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단’ 총책 A(33) 씨가 이날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이날 텔레그램에서는 이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물색하려는 채팅방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53개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성착취·딥페이크물을 소비했으며, 이에 관심을 보이는 이용자들에게 1:1 채팅으로 접근하며 피해자를 포섭했다. A 씨는 또한 이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약점으로 삼고 성착취 가해에 가담하도록 협박하거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조직 규모를 확장한 A 씨는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에 착안해 스스로를 ‘목사’라 부르고, 조직원들을 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 등의 계급으로 나눴다. 상명하복 지휘체계를 만든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제작·유포한 성착취·딥페이크 피해물 중 현재까지 접수된 유의미한 재유포 피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A 씨가 검거되면서 A 씨가 제작한 영상들이 ‘명작’으로 포장돼 재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반(反)성폭력 운동가 연대자 D는 “2019년 N번방 사태가 터졌을 때 가해자가 잡혀도 영상을 찾거나 재유포하고 있다는 피해 제보가 쏟아졌었다”며 “이렇게 알려진 영상들에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신규 방을 만드는 데에 ‘미끼’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받아 검거로 이어진 최초 사례다. 전문가들은 유사 범죄 방지를 위해 텔레그램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의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성착취물 소비자로 시작했다가 제작자로 발전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던 A 씨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학습을 통해 수법이 진화된다”며 “성착취물 제작·유포·재유포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에 범죄 정보 제공을 강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린아·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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