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난개발 막으려 도입된 기준…경제성 중시 풍조로 현장선 외면
산업단지 조성 시 ‘불이행’ 다수 발생…“준수 여부 점검 무의미” 지적
“위반시 처벌 강화하고 생태면적 늘리는 건설공법 적극 채택해야”
대형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도시 자연 및 생태적 기능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법률에 명시된 ‘생태면적률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점검조차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공과 민간 모두 개발사업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규제’로 인식하는 탓에, 편법으로 ‘생태면적률’ 준수를 피해 가는 경우가 많아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할 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생태면적을 늘릴 수 있는 건설공법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일 국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생태면적률은 개발 예정지의 전체 면적 중 생태·자연순환 기능이 있는 녹지 또는 물순환 공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기후변화·생물다양성 감소 등 도시 생태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다. 자연환경보전법 제4조 제2항 제2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의 2·제2항과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에선 개발 사업의 유형별로 생태면적률 적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세부 권장 달성 목표율 하한은 △구도심개발사업 30% △구도심 외 개발사업 40% △산업단지 20% △관광단지 60% △일반체육시설 80% △경륜·경정 50% △소각 및 분뇨처리시설 40% △폐기물 매립시설 50% 등이다.
생태면적률 제도는 지난 2005년 12월부터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으로 운영됐고,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적용해왔으나 이후 세 차례 개정됐다. 2011년 6월 개발사업 유형이 늘어나면서 개정됐고, 2015년 5월 감사원에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6년 7월 개발사업 유형별 최소 달성목표가 달라지면서 수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법률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데도, 실제 개발현장에서 생태면적률 달성목표가 준수됐는지 확인하거나 사후점검하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전략연구원과 한국물순환협회가 2023년 10월 기준으로 준공됐거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된 개발사업장 20곳에 대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담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사업장 생태면적률 이행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단지 8곳 중 생태면적률 이행목표(20%)를 달성한 사업장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산업단지 4곳은 불이행 상태로 협의가 완료됐으며, 2곳은 이행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준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개발·도시산업복합·산업주택복합·물류단지 등 다른 개발사업의 경우 ‘불이행’사례가 없었지만, 산업단지에서만 4건의 생태면적률 이행 목표 불이행 사례가 나왔다.
실제로 경남 김해시의 한 산업단지의 경우, 지난 2013년 건설 당시만 해도 ‘표면적의 22%를 생태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그러나 현재 이 산업단지의 전체 면적 160만㎡ 가운데 공원·자연녹지처럼 생태면적에 포함되는 부지는 11%에 그치고 있다. 애초 계획의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 단지를 개발한 시행사가 법정 생태면적 20%의 일부만 확보하고, 나머지 책임은 입주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 결과다. 이처럼 생태면적률 이행 목표를 지키지 못했지만, 처벌받는 이는 없는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는 조성 허가를 내주는 정부·지자체나 입주하게 되는 기업 모두 경제성을 많이 따지게 되는데 ‘자본 이득’ 앞에 생태면적률 목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도시개발의 경우 녹지·환경이 중요한 거주 요소가 됐기 때문에 생태면적률 이행 목표가 지켜지는 편이지만, 산업단지의 경우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승재 한국물순환협회 회장은 “생태면적률 의무이행이 갖는 의미를 공공과 민간이 다시 한 번 정립해야 한다”면서 “향후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의무조항이 준수될 수 있도록 법적인 틀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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