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요건 안 되는데 강압으로 국회·선관위 권능행사 막아”
‘헌법상 정당한 권리행사로 사법심사 대상 아니다’는 윤 측 입장과 배치
26일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소 결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규정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비상계엄을 두고 윤 대통령 측은 ‘헌법 상 대통령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한 행사’라며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국헌을 문란하게 한 내란 행위’라고 비판하며 맞서왔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검찰은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닌 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수천 명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판단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근거로 △국회 봉쇄 △선관위 전산자료 압수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및 선관위 관계자 체포·구금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 저지 △별도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서울 여의도·관악구·서대문구, 수원, 과천 등 일대의 평온을 해치는 등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 즉 내란을 일으켰다는 게 수사 결과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전·현직 군·경찰 지휘부 10명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사람들이라면,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직접 또는 김 전 장관 등을 통해 내란 행위와 관련한 지시를 하달한 ‘정점’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보고한 계엄포고령 초안을 검토해 승인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을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줄곧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에 있느냐”며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입법권 남용과 무분별한 탄핵 등에 대한 ‘경고성’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상반되는 인적·물적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조 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했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곽 전 사령관에게는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고 했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는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대공 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라고 말했다는 게 수사 결과다.
윤 대통령의 직·간접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특전사·수방사·정보사 등의 무장군인 약 1600명, 경찰 약 3800명 등 5400명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됐고,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 ‘체포조’도 편성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군인·경찰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고려해 내란 혐의로만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은 대법원 판례 검토를 거쳐 내란 혐의가 성립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사건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행위가 원인이 돼 국헌문란의 결과가 초래됐다면 국헌문란 목적을 인정할 수 있고,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 목적 달성을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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