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란특검법 거부권 여부 오늘 결정
정부 관계자 “尹 이미 기소
특검 해도 잔범 수사만 남아”
중복수사·112억 예산낭비 등
법무부도 특검수용반대 건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 경고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는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이 발족할 경우 같은 혐의로 중복 수사를 하거나 기소할 수 없어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12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고 국방부 등 군사 기밀 시설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로 인해 안보 위협이 커지는 부작용이 크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설 연휴 기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고 국방부 장관 등 다른 가담자들도 구속돼 재판을 받는 만큼 특검이 발족하더라도 잔범 수사만 남게 된다”며 “검찰이나 경찰이 해도 충분한 사안”이라고 했다. 법무부 등 관계부처도 특검의 효용성 문제 등을 토대로 법안 수용 반대 입장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불법 계엄 지시와 군·경찰 등의 가담 행위를 밝히기 위해 지난 17일 국회에서 특검법을 일방 처리했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6일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고, 주요 증거물도 다수 확보하면서 특검 무용론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 등 군·경 핵심 가담자 10여 명을 구속 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특검이 기존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때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내부에선 특검을 발족할 경우 현행법상 금지된 동일 사건·인물에 대한 중복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112억 원의 예산이 드는 만큼 예산 낭비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특검법 19조에 명시된 ‘압수 또는 수색 등에 관한 특례’ 조항도 거부권 사유 중 하나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는 군사기밀 보호법을 이유로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거부할 수 없다. 군사상 비밀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한 형사소송법 110∼112조를 무력화해 안보 기밀들이 다수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기밀 등에 무제한의 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해 수사 대상과 무관한 국가 기밀의 유출 위험이 크다”고 했다. 또 인지수사 조항 등 ‘별건 수사’를 가능하게 한 부분도 거부권 행사 사유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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