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자원회수시설 가보니…
연휴 끝나자 선물포장 쏟아져
“평소보다 명절엔 1.5배 들어와”
아파트 단지마다 배출 골머리
서울서 6일간 2만750톤 수거
설 연휴가 끝난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자원회수시설에는 ‘쓰레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남구·송파구 등 강남 일대 8개 자치구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이곳엔 지난 28일과 이날에만 총 3200t의 쓰레기가 들어왔다. 쓰레기를 집어 소각장 입구로 집어넣는 크레인은 종량제 봉투를 터뜨리며 섞고 있었고, 기계엔 봉투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들이 사방에 튀었다.
이곳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소각용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지만, 곳곳에 재활용품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재활용돼야 하는 선물 포장용 비닐, 스티로폼 상자는 온전한 형태로 크레인 속을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감시원들이 쓰레기 수거차량이 들어올 때 무작위로 차를 세워서 재활용 쓰레기 검사를 해도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곳 관계자는 “하루 1100t 정도의 쓰레기가 들어오는데 설 연휴 기간엔 평소의 1.5배가 넘는 쓰레기가 들어왔다”며 “연휴 기간에 쉬지 않고 300t짜리 소각기 3개를 모두 돌려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는 관리인이 있어 분리 배출 선별이 그나마 돼서 들어오지만, 주택 단지는 아파트에 비해 관리가 안 돼 골머리”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명절 포장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과대 포장된 쓰레기의 분리 배출 기준이 모호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성욱(30) 씨는 “이번 설에 받은 한우 선물 세트에 아이스팩, 나무 재질 소쿠리, 꾸밈용 꽃, 비닐 포장, 종이가방 등으로 ‘5중 포장’돼 있었다”며 “실제 한우 양은 2.4㎏이었지만, 전체 부피는 성인 남성 몸통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관리인들이 명절마다 쓰레기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쓰레기가 덜 나오는 명절 선물을 택하고 싶지만, 온라인으로 사면 정확한 포장 상태도 모르고 포장재를 분리하기 어렵게 돼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주민 박모(55) 씨도 “명절에 주로 받는 전통주의 경우 일반 병과 같이 분리수거되지 않고 그걸 감싸는 나무 상자, 보자기 등 포장이 많아 분리 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분리 배출법을 참고해 분리해도 아파트 관리인이 재분리하는 걸 보면 죄송하기도 하고 내가 찾아본 방법이 틀린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25∼30일) 서울지역에서는 6일간 총 2만750t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 중 일반 쓰레기는 9183t, 음식물 6196t, 기타(재활용 등) 쓰레기가 5371t이다. 지난해 설(2월 9∼12일)엔 1만6884t, 추석(9월 14∼18일)엔 2만316t이 수거됐다. 시는 오는 2월 7일까지 명절 선물 재포장·과대포장 집중 점검을 펼친다. 적발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 관계자는 “포장재 중 내용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과대포장 의심 제품을 회수해 공인 기관에 검사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린아·이재희·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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