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직무를 행함에 있어 지역구 모든 투표권자의 의사를 균형되게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투표권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의 의무에 관한 규정으로 제1항 청렴의무, 제2항 국가이익 우선의무, 제3항에서는 지위를 남용한 이익 취득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필자가 앞에 언급한 국회의원의 투표권자에 대한 의무조항은 사실 현행 헌법에 없는 가상의 조항으로, 최근 진행 중인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을 담아 만들어본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기존 상법 규정에 추가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도 회사와 주주 간, 또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사들은 회사법의 기본원칙인 자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의 정치적 의사결정 또한 투표권자의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고 다수결에 따른다. 국회의원이 국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조항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상법 조항과, 위에서 언급한 가상의 헌법 제46조 4항에서 지역구 모든 투표권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은 지금 논의되는 이사의 총주주 이익 보호의무와 비슷하다. 이런 헌법조항이 명문화된다면 국익과 지역구민 의견이 충돌하거나, 지역구민 상호 간 의견이 서로 다를 때 국회의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상법상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취지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 자본력을 갖춘 해외 투기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에 악용당할 소지도 있다. 소수 지분을 확보한 해외 투기펀드가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단기적인 주가를 부양하고, 보유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특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까지 고려하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약 100억 원 내외 자본만으로도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법 개정은 결국 국부 유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불경에 ‘공명지조’라는 새가 등장한다. 몸 하나에 머리 두 개가 달린 이 새의 머리 하나가 다른 머리가 혼자 맛있는 열매를 먹은 것을 알고 복수하겠다며 독이 든 열매를 먹음에 따라 결과적으로 몸에 독이 퍼져 같이 죽고 말았다. 기업과 투자자도 서로 대립해서는 답이 없다.
기업이 잘돼야 주주도 보상을 받고, 주주가 충분히 보상을 받아야 기업도 새로운 투자를 계속 유치할 수 있다. 최근 기업도 주주보호 필요성에 공감하고 투자자 측도 경제계 우려를 고려해 문제사례를 핀셋 규제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가 서로 입장을 함께 반영한 솔로몬의 해법을 찾아내고, 극심한 갈등과 대립에 빠진 우리 사회에 한 줄기 청량감과 희망을 선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