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새로운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유물 정기교체를 통해 서화 3·4·5실을 일부 개편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선 박물관이 시의성을 강조해 전시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먼저 서화 5호실에서는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호렵도(胡獵圖)’를 만나볼 수 있다. 오랑캐가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의 호렵도. 궁중 화원 선발 시험에 자주 출제되기도 했던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널리 유행했다. 그중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클리블랜드 박물관 소장본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을 통해 복원을 마친 후 관람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처음 제작된 후 수차례 수리를 거치며 가려져 있던 원래의 쪽빛 비단이 지난해 5월 복원 과정 중 발견됐고 제작 당시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모습을 되찾아 관람객을 만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금 이때에만 만나볼 수 있는 호렵도와 함께 ‘눈 속에 나귀 타고 떠나다’ ‘매화에 둘러싸인 집’ 등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겨울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그동안 소장자의 기탁품으로만 드물게 모습을 드러냈던 보물 ‘강세황 초상’도 서화 4실에 전시됐다. 지난해 박물관이 구입한 후 처음으로 상설 전시된 것.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이 70세가 되던 해에 그린 자화상은 평상복 차림인 옥색 도포에 머리에는 관복에만 쓰는 오사모(烏紗帽)를 쓴 점이 독특하다. 그림에 함께 적힌 “마음은 산림에 있으나 몸은 조정에 있다”는 글귀를 표현한 것으로 현실과 이상의 모순을 형상화해 드러냈다. 더불어 강세황의 다양한 화풍을 감상할 수 있도록 그가 그린 ‘난죽도’와 ‘피금정도’도 함께 전시 중이다.
설날 새 옷을 입는 것을 세장(歲粧), 어른을 찾아뵙고 인사하는 것을 세배(歲拜)라 하는데 새해에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비는 마음으로 옛사람들이 문에 붙이고 서로 선물하던 그림 풍속은 세화(歲畵)라 한다. 매년 도화서 화원들이 그려 진상했던 ‘해돋이’ ‘호랑이’ 등의 세화 또한 3호실을 수놓아 이번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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