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노동은 둘도 없는 보배이다. 부지런히 일하여라.’ 1925년 2월 6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기자가 동양염직주식회사를 방문해 그곳에서 일하는 여직공들의 모습을 탐방 취재한 것이다. 기자를 따라 100년 전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근로자들의 모습을 찾아가 본다.


기자는 1925년 1월 마지막 날 늦은 저녁때 경성 장사동에 있는 동양염직주식회사를 방문하였다. 연기가 서려서 얼굴조차 자세히 보이지 않는 염색 공장 안에서는 남자 직공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그 옆에 있는 직물 공장 넓은 방 안에서는 어린 여직공들이 손을 혹혹 불어가며 50여 대의 기계를 돌리고 있다. 35명이나 되는 그들 여직공 가운데는 나이 12세부터 16세가 반수를 점령하였고 20세 이상 30세 이하가 그다음이 되며 30세 넘은 사람들도 약간 있다 한다. 그들의 가정은 비록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생활일지언정 그다지 빈한한 사람은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은 대개 국문(國文·한글)을 막힘없이 읽으며 밤마다 그 동리 중부골 예배당에서 하는 야학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그들은 여름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겨울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30분을 제한 외에는 종일토록 일어서서 도는 기계를 이 틀 저 틀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동양목(東洋木)과 한양목(漢陽木) 두 가지를 짜는데 20척 한 필을 2시간이면 짠다 한다. 공전(工錢·물건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품삯)은 한 필에 11전, 익숙한 사람은 한꺼번에 두 틀이나 혹 세 틀까지도 맡아서 볼 수 있는 고로 2시간 동안에 한 필 이상을 짜는 사람도 있으며 하루에 70∼80필씩 짜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그러나 평균 일급(日給) 60전이 보통이라 한다. 그들은 매삭(每朔·매달) 두 번씩 첫 번째 일요일과 세 번째 일요일은 휴업을 한다고 한다.


동양목은 동양염직주식회사의 면포(綿布·무명)의 상품명으로 질긴 면포였기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한 면포이다. 한양목은 올이 굵은 면사로 직조한 면포로, 동양목이 나온 후에는 많이 쓰지 않았다.

기사는 계속된다.

동양염직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여직공들의 모습.
동양염직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여직공들의 모습.


여직공 중 한정숙(韓貞淑) 여사가 “우리들이 이렇게 맵고 찬 겨울날에 손등이 터져가며 일을 하다 가도 보름 만에 한 번씩 공전을 타가는 날은 어찌 기쁜지요. 더구나 그 돈으로 의복을 해 입던지 무슨 다른 데 소용을 하고 남은 돈을 다만 얼마씩이라도 저금을 하여, 차차 늘어갈 때에는 참 신통하여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의 대가를 매우 귀하게 생각하고 따라서 노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성한지를 자각한 사람들 같이도 보인다. 그들이 “놀면 누가 동전 한 푼이나 갖다 주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수군수군하고 웃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 일하기 싫은 사람은 먹지도 말 것이다. 노동은 둘도 없는 보배이다. 부지런히 일하여라! 쉬지 말고 일하여라!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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