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규모대로 ‘관세 전쟁’ 시작
韓, 美에 8번째로 무역적자 안겨
USMCA·FTA 재협상 가능성도


글로벌 관세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 동맹·우호국을 먼저 겨냥한 것은 이들이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대규모 흑자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역 규모 순서대로 관세 부과 대상국가를 지목할 경우 미국에 8번째로 많은 무역적자를 안기는 한국 역시 곧 사정권 안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재협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과 전날 각각 EU와 멕시코·캐나다를 미국의 관세전쟁 타깃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대상국가 선택에는 복합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동맹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무역 규모 순서대로 대상이 선정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멕시코였는데, 이 기간 양국의 무역 규모가 7760억 달러(약 1141조7288억 원)에 달했다. 멕시코를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 규모가 전체 15.9%를 차지한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규모는 같은 기간 6990억 달러였고, EU와 미국의 무역 규모 역시 약 5000억 달러에 달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 이민자 이동과 펜타닐의 직간접 유통 통로 역할을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실제 무역 규모 순서대로 관세 부과 대상국가를 정한다면 한국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국이 여섯 번째로 많은 무역을 한 한국의 대미 무역 규모는 1월부터 11월까지 1808억 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미국은 한국에 603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고, 1205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다.

한국이 미국에 총 602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안긴 것이다. 이에 한국이 다음 타깃으로 지목될 경우 USMCA에 이어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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