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공장 둔 삼성·LG·기아
헝가리·베트남 우회 수출 모색
현지가동률 낮춰 생산량 조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25%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최종결정한 데 더해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반도체·철강·알루미늄·석유·가스·의약품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까지 예고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 등 현지에 공장을 둔 가전·자동차 등 제조업계는 발등에 떨어진 ‘관세 폭탄’ 회피를 위해 일제히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우회 방안을 검토하며 수출 다변화 모색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업계의 경우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 현지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3일 통화에서 “대부분 미국 현지에 대량 생산 공장을 갖춘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관세 부과 여파가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이 침체되는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강 분야는 직접 타격이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철강 분야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세운 공장에 관세가 부과되면 사실상 수출이 힘들어지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줄이면서 물량을 조절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약 현실화로 타격이 불가피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전에 멕시코 공장 등에서 물량을 대량생산해 미국으로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TV·냉장고 등을 멕시코 대신 헝가리·베트남 등에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LG전자는 대미 수출을 관세가 없는 경남 창원이나 베트남에서 대응하는 등 각각 다변화 방식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도 멕시코 생산 물량을 캐나다 등으로 우회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유럽연합(EU) 제품에도 조만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유럽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직접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세트 제품의 경우 미국이 아닌 현지 소비자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장병철·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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