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한 주류매장의 ‘미국산 위스키’를 놓는 매대에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세요(BUY CANADIAN INSTEAD)”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상위 5개 주류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일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한 주류매장의 ‘미국산 위스키’를 놓는 매대에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세요(BUY CANADIAN INSTEAD)”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상위 5개 주류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정부, 관세전쟁 대응 긴급회의

트럼프, 韓에도 관세폭격 가능성
멕시코 진출 가전·車 타격 우려
정부, 美원유·가스 수입 확대에
조선업 협력-방위비 등 검토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전방위로 확산하자 우리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산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요청한 조선업과 방위비 분담금을 매개로 한 카드 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오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멕시코·캐나다·중국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다. 미국이 주요 동맹국들을 향해 관세 부과를 선포한 만큼 한국을 향한 관세 폭탄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경제계의 중론이다. 한국은 지난해 556억9000만 달러(약 81조 원)라는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거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도 보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 언급은 없었으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가전 및 자동차 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각종 관세 혜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비용 이점을 살리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 현지에 많이 진출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민관은 멕시코 현지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대미 협상 카드로는 △에너지 수입 △조선업 협력 △방위비 분담금 확대 등이 거론된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에너지 등 미국에서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대미 수출을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지난 2019년(트럼프 1기), 과잉 생산된 미국의 옥수수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결단을 내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을 해소해준 바 있다. 일본 내 비판이 거셌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이러한 결단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 관계 유지에 성공했다. 조선업 협력 확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직접 요청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미국 유입 차단’ 등 경제·통상 외적인 이유를 반영해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에 강력한 관세 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사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멕시코 진출 기업들과 멕시코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의 진의를 계속 분석해 간다는 방침이다.

권승현·이시영·박준희 기자

관련기사

권승현
이시영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