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수입품 소액면세도 폐지
캐나다, 위스키 등 美제품에 보복관세

美투자銀 “막판 타협 여지 있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왔다”며 소액의 개인 수입 물품에 대한 면세 조치까지 폐지하고 보편 관세 부과 대상을 유럽연합(EU)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대해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황금기’를 위해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 전쟁의 명분을 내세우며 미국 산업계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경 기조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EU 역시 관세 부과 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하는 모양새다. 이에 4일 실질적인 관세 부과 직전 타협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ripped off) 왔다”라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보편 관세 부과 정책을 실행·확대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이어 그는 “우리는 수년간 모든 사람을 도와 왔으나 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고마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가령) 의약품이나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싸다. 우리는 더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국민이 받을 타격과 관련, “단기적으로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더 이상 ‘멍청한 나라’(Stupid Country)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를 향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야 한다’며 조롱성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 국가들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전날 자국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맞서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캐나다는 이날 꿀, 토마토, 위스키 등 보복 관세 부과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캐나다는 전체적으로 모두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3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4일 관세 부과 전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현재로는 관세 부과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타협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3일 오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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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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